'보드카 맘', 미 유명 앵커 비난 발언에 ‘분신 자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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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때문에 실수로 아이를 잃은 한 미국 여성이 자신을 비난하는 유명 앵커의 방송에 충격을 받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CNN 캡쳐]

1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미네소타주 램지카운티에 사는 토니 메드라노(29)란 여성이 자신의 집 뒤뜰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CNN 유명 앵커 낸시 그레이스가 방송에서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메드라노는 지난해 11월 보드카에 만취한 채 잠이 들었고 함께 소파에 누워있던 아이는 엄마의 몸에 깔려 질식사했다. 메드라노는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치를 예정이었다. 앵커 낸시 그레이스는 최근 방송에서 메드라노를 ‘보드카 맘’이라고 지칭하며 “엄마가 폭음한 탓에 아이가 죽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방송 도중 직접 보드카를 컵에 따르는 모습도 연출했다.

자신의 실수로 아이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메드라노는 방송을 보고 더 충격을 받았고 자살을 선택했다. 방송 직후인 지난 2일 분신 자살을 시도한 메드라노는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일 숨을 거뒀다. 메드라노의 죽음을 보도한 현지 언론은 낸시 그레이스의 지나친 발언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의 CNN 앵커 낸시 그레이스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하다. 그의 ‘독설’이 자살 사건과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도 아이가 실종돼 고통을 겪고 있던 멀린다 더킷과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더킷을 유력한 용의자라고 몰아붙였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고통에 자신이 피의자로 몰렸다는 충격까지 더해져 더킷은 방송 바로 다음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더킷이 한국인 입양아 출신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이 사건은 논란이 됐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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