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민에겐 연잎 쌀국수·냉면 싸게 팔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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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의 아산 연마을 영농조합법인은 연잎 가루를 넣어 만든 쌀국수 등의 가공제품을 생산해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이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연근 뿐 아니라 연잎까지 불티 나게 팔려나가 매년 5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아산시 영인면 상성리에 있는 아산 연마을을 찾았다. 중앙일보 지역섹션 지면을 통해 서울 강남 등에 우수 농·특산품 직거래 장터를 열어보자는 기획의도에 따라 방문한 첫 번째 농가다. 이 곳은 연 재배를 시작한 동네 주민 3명이 만든 영농조합으로 차·국수·떡 등 가공식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글=장찬우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아산 연마을 영농조합법인의 변은섭 대표(왼쪽부터)와 최옥순?남순례씨가 연잎을 따며 미소를 짓고 있다.

조합원 변은섭(대표·60)·최옥순(53)·남순례(52)씨는 영인면에 살고 있다. 이들은 충남 공주에 있는 노인 복지시설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다 연 재배에 눈을 떴다. 연을 재배하던 복지시설 원장이 연잎으로 만든 차를 대접하며 “아산에서도 연을 재배해 보라”고 권했다.

연 재배는 원활한 물 공급이 가장 중요한데 영인면 월선리는 인근에 영인저수지가 있어 최적지라는 생각을 했다. 또 시장조사를 해보니 전국에 유명한 연 재배단지는 대부분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로 재배할 뿐 가공식품까지 만들어 판매하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2006년부터 연 밭을 가꾸기 시작한 이들은 연을 면류와 접목해 상품화 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2008년 ‘아산 연마을’이라는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가공식품 생산에 들어갔다. 아산 연마을이 처음으로 시중에 내놓은 제품은 쌀국수였다. 마침 대기업에서 컵라면 형태의 쌀국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연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항암효과, 간해독, 심신안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기 시작한 때라 GS편의점이나 이마트 등 대형 유통회사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대기업 제안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변씨 등은 당장 욕심을 내기보다 천천히 단계를 밟자며 서로를 위로했다. 좋은 제품 만드는 일에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제품을 홍보할 만한 여력이 없었던 변씨 등은 사업초기 제품을 차에 싣고 전국을 돌며 무료 시식행사를 가졌다. 무작정 부산에 있는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무료 시식행사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승낙을 얻어내면 새벽에 일어나 부산으로 가는 식이었다. 이렇게 변씨 등은 2년 동안 20만㎞를 달렸다.

어렵게 인연을 맺은 고객들의 재구매가 이어지면서 아산 연마을 매출은 눈에 띄게 급성장했다. 몸에 좋은 연잎 가루와 우리 밀을 넣어 만든 쌀국수가 맛있는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해마다 50%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아산 연마을에는 통신판매(전체 매출의 80%)만 하루에 평균 30건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많을 때는 한 달에 1000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모두 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가파른 매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후속 상품인 냉면이나 떡류, 차류도 쌀국수 못지않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산 연마을에도 위기는 있었다. 매출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생산시설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이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형태인 생산방식을 개선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쌀가공육성사업 신청을 해 농림부로부터 연리 3% 15년 거치 상환조건으로 48억원 예산을 배정받았다. 공장 용지를 매입하고 설계와 인·허가 등에 3억원의 예산을 썼다. 그러나 ‘60억원의 담보가 없으면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경험도 없이 덤빈 결과다. “천천히 욕심내지 말고 단계를 밟아 가자”는 다짐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아산 연마을은 최근 생물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생 연잎에 대한 주문이 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의 효능이 알려지자 생 연잎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소개되면서 생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아산 연마을은 2010년 500㎏ 생 연잎을 냉동 보관해 1년 동안 소진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t을 저장하고도 1개월 만에 다 팔릴 만큼 생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소비자 주문량에 맞춰 확보한 생 연잎이 10t에 달한다.

아산 연마을은 갈수록 생물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현재 아산 영인면 월선리(6930㎡)와 당진 신평면(9900㎡)에 있는 재배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산 연마을은 이미 연 가공식품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농조합이 됐다.

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어 왔다.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큰 자산이다. 작은 영농법인이 믿을 건 소비자 밖에 없기 때문에 제품 출시 이후 한 번도 가격을 올려 본 적이 없다.”며 “언제가 생산시설을 갖추고 GS편의점이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문의 1588-5943, 041-533-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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