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논술, 2~3년 전부터 쓰기보다 읽기 중점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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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실전연습은 고3때 10회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안광복 교사가 논술중심전형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대학입시의 핵심은 수시다. 그 중에서도 논술중심전형은 대학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중앙일보 ‘강남 서초 송파&’이 대치동 교육커뮤니티 디스쿨 회원과 함께하는 ‘학부모, 입시전문가에게 길을 묻다’ 세번째 시리즈에선 논술중심전형의 특징을 분석해 합격을 위한 열쇠를 제시한다. 중동고 안광복 교사가 전문가로 참여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이주영(44·도곡동, 이하 이): 입시에서 논술중심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문계 기준으로 수시모집에서 30여개 대학이 논술중심전형을 실시합니다. 고려대가 1386명을, 연세대가 833명을 논술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등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논술중심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30~53%에 달하죠. 일반적으로 대학의 수시 선발비율이 60~70%이니, 합격생의 3분의 1정도는 논술 전형을 통해 선발된다고 보면 됩니다. 논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죠.”

-김현정(43·대치동, 이하 김): 저는 대치동 교육커뮤니티 ‘디스쿨’을 운영 중입니다. 대학들이 논술에서 주로 평가하고자 하는 수험생들의 ‘능력’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2~3년 전부터 인문계 논술은 독해력과 이해력을 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제시문의 길이가 길어지고, 난이도도 높아지면서 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보죠. ‘쓰기’보다는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김: 논술로 지식수준을 확인한다더군요.

“맞습니다. 수능시험이 쉬워지면서 대학들은 학생들의 객관적인 학업수준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문계 논술에서 외국어 제시문을 활용하고, 상경계열 논술의 경우 수리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특히 자연계 논술은 명확한 답이 있는 시험입니다. 수학·과학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특정 원리를 사례에 대입시켜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본고사’ 형태의 문항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 인문계 학생들은 ‘읽기’ 능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겠네요.

“강남지역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언어영역입니다. 수능 결과를 분석하면 이 지역 학생들의 수학·영어성적은 다른 지역 학생들에 비해 뛰어납니다. 하지만 언어만큼은 그렇지 않아요. 독서를 간과한 채 ‘문제풀이’와 ‘개념주입’ 위주의 교육에 길들여진 결과입니다. 읽기능력을 기르기 위해선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에서부터 책을 읽고, 요약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대부분 대학이 논술 1번 문제로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할 것’을 요구한다는 걸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죠.”

학부모 이주영(왼쪽)·김현정씨

-이: 논술 답안을 작성하려면 쓰기 능력도 중요하지 않나요.

“고3에 올라가 주말을 이용해 논술 답안을 1편씩 써보는 훈련만 해도 충분합니다.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도 ‘완벽한 글을 쓰는 학생’보다는 ‘제시문의 핵심을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학생’이거든요. 고2 때까지는 책을 읽으며 글의 내용을 요약하고 배경지식을 쌓는 훈련을 하는 게 더 중요하죠. 실전연습은 지원 대학의 기출문제나 모의논술 문제를 10차례 정도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합니다.”

-김: 자연계 논술에는 답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수학·과학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단원과 개념들을 완벽히 이해하는 게 최우선 과제예요. 특히 지원대학에서 수리·과학을 통합 출제하는지, 개별 과목으로 출제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통합문제가 나오는 학교는 과목별로 연계출제 될 수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김: 논술중심전형에서도 수능성적의 중요성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리 논술성적이 좋아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불합격됩니다. 논술 전형을 노리려면 적어도 수능 2개 영역 2등급은 확보해야 해요. 논술실력이 부족한 경우엔 논술 전형 우선선발을 적극적으로 노려보는 것도 전략입니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 3개 영역 1등급으로 우선선발 기준을 제한합니다. 우선선발 기준에만 들면 경쟁률이 3대 1 정도에 불과해요. 합격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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