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춘, 동남아 5개국과 릴레이 양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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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에 도착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왼쪽)이 11일 새벽 프놈펜 공항을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오전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박 외무상은 12일 ARF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프놈펜=연합뉴스]

김정은의 북한이 국제회의에 공식 데뷔하면서 ‘동남아 우선 전략’을 내세웠다. 9~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북한은 중국과 동남아를 향한 고강도 외교 행보를 보였다.

박의춘(80) 북한 외무상을 단장으로 김명길 아태국장 등이 포함된 북한 대표단 10명은 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남방항공 편으로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 외교의 출발은 최근 관계가 냉랭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의 대화였다.

박 외무상은 이날 오전부터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1시간 동안 회담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대표를 잇따라 만나는 등 이번 회담 기간 동안 6개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북·중 회담에선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소강상태인 양국 간 대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아세안 국가와의 회담에선 정치·안보·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이 국제회의에서 이 같은 고강도 양자회담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외교부 당국자의 얘기다. 이 당국자는 “북·미, 남북 접촉이 성사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한반도 문제에 중립적인 동남아 국가를 최우선 파트너로 삼아 외교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5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도네시아·싱가포르), 6월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라오스·베트남)가 시도했던 동남아 순방 외교의 연장선이란 설명이었다.

ARF는 6자회담 참가국 등 주요 국가들이 모두 참석하는 주목도 높은 국제회의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 후 첫 다자 외교 무대에 등장한 북한의 외교전략이 무엇보다 주목을 받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 북한으로선 냉전시대 때 동맹관계가 많았던 동남아의 오랜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해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높이자는 계산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설득한 뒤 쌀이 많이 나는 동남아 국가에 구체적 식량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외무상은 그러나 취재진을 향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항 귀빈용 게이트에서도, 숙소인 프놈펜 호텔에서도, 회담장에서도 ‘남북 혹은 북·미 접촉 의사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인 채 환한 얼굴로 손만 흔들어 보였다.

한편 12일엔 국회 상임위 일정을 소화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EAS(16개국이 참여한 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회의와 ARF 전체회의,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한·중 외교장관회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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