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후엔 100% 식물성 원료로 병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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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코카콜라 글로벌 이노베이션 &기술센터(GITC)에서 연구원들이 다양한 외부 환경에 노출된 콜라 병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컴퓨터상에서 모의실험을 하고 있다.

5일 중국 상하이 코카콜라 글로벌 이노베이션·기술센터(GITC). 두 명의 연구원이 독특한 디자인의 코카콜라병 그래픽이 떠 있는 모니터 앞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픽은 마치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연신 색깔과 모양이 바뀌고 있었다. 기온과 풍압, 각종 광선 노출 등 콜라병이 맞딱뜨릴 수 있는 온갖 외부 환경을 염두에 두고 병의 기능과 상태를 점검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웬 젱 패키징 개발 담당은 “사람이 먹는 음료를 담은 용기여서 미세한 빛이나 산소 투과율 변화도 맛과 위생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며 “코카콜라가 지구촌 전역에서 팔리는 만큼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일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GITC는 본사가 있는 미국 애틀랜타 연구개발(R&D)센터와 더불어 차세대 음료와 용기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코카콜라가 핵심 경영 화두로 삼고 있는 ‘친환경’과 ‘재활용’전략을 실현하는 전략 거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2009년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GTIC는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 빌딩이다. 건물 지붕마다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해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였다. 빗물은 물론 제품 생산에 사용했던 물을 모두 자체 정화해 조경수로 사용한다. R&D센터 주변 가로등은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쓴다. 이런 노력 덕에 중국 정부로부터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을 받았다.

이 센터가 요즘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플랜트 보틀(Plant Bottle)’ 개발. 말 그대로 사탕수수같은 식물에서 용기제작 원료를 추출하는 것으로, 2009년 코카콜라가 첫선을 보인 친환경 용기다. 현재 플랜트 보틀 제작에 투입되는 식물성 원료는 전체 원료의 30%에 달한다.

 ‘플랜트 보틀’ 프로젝트는 글로벌 브랜드 1등 기업의 책임감에서 출발했다.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가 책정한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718억6000만 달러(약 81조원)로 12년째 1위다. 간판상품인 코카콜라 역시 전 세계 207개국에서 팔린다. 하지만 이를 담을 용기를 대부분 화석연료로 만들어야 하는 탓에 병 제작은 물론 처리와 재활용 문제가 글로벌 환경 이슈가 돼버렸다. 회사 측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지금도 하루 17억 병(236㎖ 기준)이 소비된다. 지구인 열 명에 네 명은 매일 코카콜라를 마시는 셈이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플랜트 보틀’ 양산 이후 코카콜라는 지난해에만 병 제작에 써야 할 석유 사용량을 16만 배럴 감축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6만3025t 줄였다. 이본 링 코카콜라 상하이 이노베이션 센터 담당은 “연간 1만2000여 대의 승용차를 굴리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다른 기업들에도 관련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포드·하인즈·P&G가 코카콜라의 플랜트 보틀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 용기나 각종 부품을 생산 중이다. 마이크 갬블 패키징 개발 이사는 “플랜트 보틀은 이윤 창출 못지않게 공생·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을 전 세계로 확대한 코카콜라의 ‘기업의 지구적 책임’ 전략의 핵심 실행 도구”라고 말했다.

 웬 젱 담당은 “플랜트 보틀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한다. 2016년부터는 아예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만 써서 용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사탕수수에서만 나오는 식물성 원료 추출 루트를 다양화하는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간 별 쓸모없이 버려졌던 온갖 식물의 줄기·나무껍질, 심지어 과일 껍질에서도 원료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의 실마리도 찾은 상태다. 갬블 이사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팔리는 모든 코카콜라 제품을 100% 식물성원료로 만든 플랜트보틀로 출시한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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