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 학습효과 … 삼성 “제품 기획에 변리사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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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특허 및 소송 전문인력인 변리사와 변호사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11일 “최근 특허 관련 인력 채용을 대폭 늘리면서 각 사업부에 배치하는 변리사의 숫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변리사들은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기획단계부터 함께 일하며 관련 기술의 해외 특허 현황, 기존 특허를 피해 개발하는 방법 등을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에는 소속 변리사들이 주로 특허 출원 등의 일을 했으나 이젠 특허 때문에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제품과 기술을 기획할 때부터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다. 1년여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이 삼성전자의 제품·기술 개발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이렇게 역할을 확대하면서 특허 관련 인력을 계속 보강하고 있다. 2005년 250명이던 특허 전문인력이 지난해 말 450명으로 늘었다. 변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과 특허 업무에 투입된 삼성 직원의 수를 합한 숫자다. 삼성전자는 특허 관련 인력 규모를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삼성은 올 들어서도 변리사를 계속 영입하고 있다.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변리사를 특별 채용했다. 삼성 측은 몇 명이나 특채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으나 변리사 업계에서는 20여 명을 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변리사에 대해 연중 수시 채용 형태로 문을 열어두고 우수 인력이 지원하면 언제든지 뽑는다는 방침이다.

 변호사 역시 증강 일로다. 삼성전자 사내 변호사의 숫자는 지난해 말 기준 270명에 이른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뒤지지 않는 규모다. 삼성은 올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변호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더해 그룹 차원에서 예비 법조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의 예비 변호사를 대상으로 인턴 지원을 받고 있다. 20명 정도를 뽑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될성부른 예비 법조인들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이 법률 전문가를 인턴으로 선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주간의 인턴 기간 활동 내용을 담은 평가 보고서를 기준으로 합격선을 넘은 인턴 법조인들을 2013년 2월 졸업과 함께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과 애플 간의 소송과 관련해 미국 3위 이동통신사가 10일(현지시간) 미 연방항소법원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 판매 금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보기술 분야 특허 전문매체인 ‘포스페이턴트’에 따르면 미 이통사 스프린트는 법원에 “갤럭시 넥서스 판매 연기로 통신사까지 의도치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법정 참고인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에서 스프린트는 “새 휴대전화 하나를 시장에 내놓으려면 통신사 쪽에서도 수백 명이 9~12개월을 매달린다”며 “판매가 금지되면 통신사는 휴대전화 공급 전략(포트폴리오)에 구멍이 생겨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본다”고 호소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북부 법원이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갤럭시 넥서스 미국 내 판매를 금지했다가 삼성이 이의를 제기해 연방항소법원이 한시적으로 판매금지를 해제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미국 1, 4위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T모바일이 “애플이 갤럭시와 갤럭시탭을 판매 금지 요청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과 미국의 통신정책에 반하고 통신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해롭다”는 의견서를 미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박태희·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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