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포용적인 브라질 … 소매유통업 외국계가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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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달 22일 브라질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매출액 30조원, 시가총액 10조원, 점포 수 1800개, 종업원 수 15만 명의 브라질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팡지아수카르 그룹의 경영권이 프랑스 유통업체 카지노사로 넘어간 것이다. 특이한 것은 카지노사가 엄청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1999년 ‘팡지아수카르’가 어려울 때 자본을 출자했고 2005년 한 차례 추가출자를 거치면서 맺은 경영권 이양 조항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엄청난 매출과 수익 성장을 이룩해 유통 1위 자리를 차지한 기업을 지키기 위해 원소유주인 디니즈 회장은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이제는 이사회 의장직에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

 브라질 소매유통업체는 팡지아수카르, 카르푸, 월마트 3대 업체가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제는 모두 외국인이 경영하게 됐다. 내수시장이 브라질 경제의 70% 이상이고 소매 유통업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 핵심 영역이다. 그런데도 1위 업체의 경영권이 프랑스 기업에 넘어간 데 대해 특별히 국수주의적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같은 브릭스 국가인 인도가 최근 유통업 개방안을 철회함에 따라 국제 신뢰 하락 리스크에 직면해 인도 통화인 루피화가 급락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브라질 사람은 대체로 외국인에 대해 관용적이고 포용적이다. 그동안은 관료주의와 언어 장벽 등으로 외국인 유입이 많지 않았으나 2009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로 포르투갈·스페인 등의 고급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브라질 사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민을 통한 인력 공급 외에 경제 성장에 꼭 필요한 자체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아직 낙후돼 있다. 교육과정은 12년제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교사 월급은 100만원도 되지 않고,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2부제 수업을 해야 할 정도다. 공립학교의 수준이 매우 낮고 교육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한국은 7.2%)에 불과해 브라질 의회는 이 비율을 10년 내 10%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성장신화를 만든 것처럼 브라질도 더 많은 교육 투자와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최근의 성장 침체를 딛고 곧 잠재력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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