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이 말에 집중했나’ 대화 자세부터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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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과대 로즈 그린(정신의학 박사) 교수는 “아이가 감정을 폭발하는 것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부모의 잘못된 대화 기술을 고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로즈 그린 박사와 e-메일로 인터뷰한 일문일답.

-생각보다 많은 엄마가 아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대화 자세에 있다. 부모가 비판적·적대적이거나, 아이가 할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면 아이는 부모를 믿지 않고 대화를 단절한다. 이때 부모가 취할 행동은 단 한 가지다. ‘나는 얼마나 집중해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가’ 스스로 반문하는 것이다. 많은 부모가 바빠서 아이와 대화할 시간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감정적인 아이가 된다.”

-아이가 감정을 폭발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어른처럼 아이도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외부 요구에 순응해야 하는 경우 감정적으로 돌변한다. 이때 대부분은 울거나 삐치거나 입을 내민다. 하지만 감정적인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고 때리거나 부수며 감정을 표현한다.

- 그때 엄마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아이가 감정적이 된 건 ‘권위’라는 외부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권위는 타인의 의지를 아이에게 주입하는 일이다. 아이가 능력 밖의 일을 강요받은 것은 아닌지부터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상황별로 기록해 두고 어떤 해법을 모색해야 할지 아이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이가 입을 닫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땐 어떻게 대처하나.

“아이가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부모에게 공감을 얻고 싶어서다. “엄마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네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네가 꼭 그래야 된다는 것이 아니야” “엄마는 화나지 않았어” “널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니야” “뭘 하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야”라며 아이와 공감하는 대화를 나눠라. “무슨 문제라도 있니” “왜 그래, 말을 해야 알겠어”라는 표현은 아이에게 짜증과 서운함을 증폭시킬 뿐이다. 아이와 공감하는 대화의 기술이 아이의 마음을 여는 열쇠다.” 김소엽 기자

로즈 그린

하버드 의과대 정신의학과 교수. 최근 자녀 양육서 『아이의 대역습』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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