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 교과서에 계속 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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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도종환(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의 시(詩)들이 내년 중등 1학년 국어교과서에 그대로 실리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태제)이 10일 검정심의회를 긴급 소집해 삭제 권고를 철회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도 의원의 작품과 이자스민(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관련 내용을 내년도 교과서에서 빼도록 결정했던 권고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7월 10일자 10면>

평가원은 이날 오후 3시 국어교과서 검정심의회를 긴급 소집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의결정족수(재적인원의 3분의 2)가 넘는 심의위원들이 참석해 4시간에 이르는 격론 끝에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전날만 해도 평가원 측은 “현역 의원의 작품을 교과서에 게재하면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문인들 사이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상식 밖의 처사”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정치권도 권고 철회를 요구했다. 파문이 급속히 확산된 가운데 평가원이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데는 이날 오전에 나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결정적이었다. 평가원은 앞서 선관위에 현역 의원의 글을 교과서에 싣는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인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특정 정치인의 작품 게재만으로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작가회의 이시영 이사장은 “삭제 요구 철회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삭제 권고 철회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교과서 심의 과정과 절차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검정심의회에서는 도 의원 작품 배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안이었음에도 선관위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생략됐다. 또 작품 배제를 놓고 이렇다 할 찬반 토론도 없었다.

한 대학 교수는 “올해 총선과 대선이 맞물리다 보니 심의위원들이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심의위원이 모두 교사와 교수 등으로만 채워진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전문가 등 보다 다양한 인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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