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주선·정두언 체포 동의는 국회 개혁 시금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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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는 오는 11일 무소속 박주선,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이는 19대 국회에서 사실상 여야의 합의 없이 의원들의 자유의사로 행해지는 첫 표결이다. 여야가 19대 국회에서 여러 정치개혁 의사를 밝힌 만큼 이러한 개혁의지를 표로 나타내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여야는 19대 들어 경쟁적으로 국회의원의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야는 의원연금을 대폭 축소하고 윤리특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 대상에는 불체포특권도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은 포기를 공약했고 민주당은 포기를 위한 공청회를 연 상태다.

 불체포특권은 17세기 영국에서 발원했다. 회기 중 의원에 대한 인신구속은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함으로써 대의(代議)정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의 목적으로 의원을 구속하려 할 때 불체포특권이 방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원이 증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 입법부가 체포 동의에 응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체포특권이 종종 동료 의원 감싸기나 비리의원 보호장치로 활용돼 왔다. 역대 46건 중 9건만이 가결됐다. 상당수 의원은 체포 동의에 동조하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거나 당의 전략적 판단이나 해당 의원에 대한 정의(情誼)로 반대표를 던졌다. 국회의 이러한 표결 행태로 인해 ‘의원들은 법 앞에 특별한 신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입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영향을 받았다.

 박 의원은 지난 4·11 총선 때 모바일 투표 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일부 의원은 박 의원이 항소한 것을 들어 1심에서 제기한 체포동의를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심 판결은 1심대로 효력이 집행돼야 하며 입법부는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체계의 질서가 유지된다.

 정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 직전 이상득 전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을 때 동석했으며, 그 돈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실은 혐의다. 그는 임 회장으로부터 별도로 1억원 안팎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주선 의원에 대해선 1심 법원이 이미 법정구속을 선고했지만 정 의원에 대해선 국회가 체포 동의를 하더라도 영장실질심사는 12일 이후 별도로 이뤄지게 된다. 국회 체포 동의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 대비한 사전 준비절차인 것이다.

 체포 동의 표결에서 의원들이 중시해야 할 것은 검찰과 법원이 제시한 혐의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의원의 인신구속에 대한 결정도 일반인과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1 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저축은행 관련 비리 수사를 받고 있다. 그에 대한 체포 동의가 있을 경우에도 이런 원칙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