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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지방 중소병원 의사·간호사 인력난…복잡한 사회적 문제 얽혀 대책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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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일 천안의료원 원장

천안의료원이 삼룡동으로 신축, 이전한 지 1개월이 지났다. 신축한 천안의료원은 모두 3개의 병동과 총 205병상으로 돼 있으나 현재 2개의 병동 밖에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개선된 좋은 시설과 보강된 장비, 그리고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이전한 지 한달 만에 2개 병동(120병상)은 이미 여유 병상을 찾기가 어렵게 됐으나 문을 열지 못한 1개 병동은 현재 언제 가동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속사정은 부족한 간호인력 때문이다. 이미 가동중인 2개의 병동은 환자들로 꽉 차 간호사들이 휴식시간을 내기 어려울 정도다. 그나마 최근 간호사들이 몇 명 채용되어 사정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새 병동을 가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좋은 시설과 장비를 마련해 놓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이 늘고 있는데 간호인력이 부족해 병원을 정상 가동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천안의료원의 예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역의 중소병원 간호인력과 의료인력난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부족한 간호인력은 환자들에게 가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연결될 수 있으며 또한 안전관리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근로환경은 자연스럽게 높은 이직률로 연결이 된다

이런 문제를 현장에서 살펴보니, 학교를 졸업해서 배출되는 젊은 간호사들은 주로 수도권 의 대형병원을 선호하고, 그나마 지방에 있는 간호사들도 야간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직장을 선호한다. 보수의 문제를 떠나 일자리의 질을 생각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대근무는 결혼과 임신, 그리고 육아문제와 겹쳐 대부분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게 하는 주 요인이다.

몇 년 전 발표된 OECD 헬스데이터에 의하면 인구 1000명당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은 1.8명으로, 호주 10.4명, 독일 9.7명, 일본 9.6명에 비해 현저히 적으며 멕시코 2.2명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비단 간호인력 뿐만이 아니라 의료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는 좋은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실제 지방에서는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개설된 진료과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각 지역의 의과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수도권 및 대도시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이 졸업 후 지방에 머물질 않아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물론이고 대학병원들까지도 수련의, 전공의 확보가 쉽지 않다. 이들도 수련의 교육의 질을 생각하기보다는 서울의 대형병원들 중에서 일자리와 교육의 자리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방의 병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에서는 의료진의 희소가치가 생겨 수도권보다 더 많은 봉급으로 보상을 해줄 수 밖에 없는 현상이 생기고, 그나마도 오래 있지 못하고 쉽게 이직을 해버리곤 한다.

이러한 지방의 간호인력, 의료인력의 문제는 사회적 심각성을 종종 부각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개선처방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단순히 의료인력의 수급 불균형 또는 절대적 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 육아·보육 같은 여성 일자리 안정화 내지는 사회복지의 문제, 그리고 현행 저수가 정책과 의료전달체계 같은 의료적인 문제 등이 같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사회적인 문제들이 뒤섞여 있으므로 한 방법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돼있으며, 이미 많은 시행착오들을 경험했다.

병원을 찾는 분들은 항상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충분한 병원인력의 확충 없이는 어렵다. 아플 때는 내 옆에 나를 보살펴 주는 의사, 간호사가 조금이라도 더 살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허종일 천안의료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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