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폭탄, 0~5세 양육수당 … 매년 2조 쏟아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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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이후 어린이집에 몰린 영·유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어린이집 만 1세반 어린이들이 5일 낮잠 시간이 끝나 보육교사가 깨우자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새누리당이 지난해 12월 0~2세 무상보육을 주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집에서 키우는 0~5세 아동 모두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한테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현재는 소득하위 15% 이하 저소득층의 0~2세 영·유아에게 월 10만~20만원을 주는데 내년부터 전 계층의 0~5세 아동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에서 이를 공약했고 최근에는 내년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뜻에 따라서다. 박 전 위원장은 5월 8일 정당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내년부터 만 5세까지의 모든 아이들에게 양육비나 보육비를 지원하겠다” 고 말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도 4월 총선에서 0~5세의 모든 아동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두 정당의 뜻대로 되면 내년에는 3~5세 아동 20만 명을 포함해 100만 명의 0~5세 아동에게 양육수당이 나간다. 양육수당을 받는 아이가 9만6000명에서 100만 명으로, 예산은 2052억원(지방비 포함)에서 2조원으로 늘어난다. 2조원 중에서 3~5세 아동에게 들어가는 돈은 3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소득 하위 15% 가정의 0~2세 영·유아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을 소득 하위 70%로 확대하기로 하고 이를 내년 예산안에 담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또 상위 30% 가정 자녀에게는 양육수당을 주지 말고 거기서 절약한 돈으로 양육수당을 더 올려주자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보편적 복지’보다 저소득층에 더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방식에 기울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2세 영·유아는 집에서 키우고, 3~5세 아동은 어린이집에 보낼 것을 권고한다. 0~2세는 부모와의 스킨십이 중요해 되도록이면 집에서 키우는 게 좋다는 취지다. 반면 3~5세는 취학 전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맞다고 본다.

 이 권고안에 비춰보면 교육적인 측면에서 국회의 0~2세 무상보육(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결정은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3~5세 양육수당 역시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복지부가 3~5세 양육수당을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국대 김원식(경제학과) 교수는 “두 정당이 총선 때 내놓은 무상복지 관련 공약을 대선 공약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실현 가능성과 재정 상황 등을 따져 공약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육료·양육수당=어린이집에 가는 아동에 대한 지원금이 보육료, 집에서 키우는 아동 지원금이 양육수당이다. 보육료는 0~2세, 5세는 모든 아동, 3~4세는 소득 하위 70%만 지원한다. 양육수당은 소득 하위 15% 저소득층 가정의 0~2세가 대상이다.

◆예산 매칭(Matching)=대부분의 복지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나눠 부담한다. 보육료·양육수당은 대개 절반씩 부담하는데 서초구 같은 일부 지자체는 63%를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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