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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脫근대적 사유 동북아의 道와 상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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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강의실,탈근대주의를 모색하는 거리의 철학자 이정우(철학아카데미 원장·42).신간은 이씨가 서강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만든 재야 교육기관인 ‘철학아카데미’에서의 첫 대중강의록이다.따라서 독서시장에서의 승부를 위해서라도 여늬 철학서와는 완성도와 문제의식이 남다를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씨의 문제의식은 전통과 근대를 넘어 탈근대를 지향하는 이 시대 핵심적 화두와 닿아있다.탈근대라면 근대를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근대가 내쫓았던 전통에 대한 재해석을 함축하고 있다.이씨는 서양의 탈근대적 사유와 동북아 전통적 사유의 접목을 거듭 모색한다.
이씨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라이프니츠 철학.『주름,갈래,울림』은 서양철학사에서 전통과 근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라이프니츠의 대표작 『모나드론』을 새로운 방식으로 번역 해설한 책.이씨는 “라이프니츠는 전근대적 형이상학자이지만 동시에 탈근대적 사유의 씨앗을 상당부분 간직한 형이상학자이기도 하다.”고 말한다.바로 이런 이질적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점때문에 서양에서도 20세기 중엽에 와서야 포스트모던의 흐름과 함께 활발하게 재조명되는 철학자인 것이다.
모나드(unity)란 서양철학의 전통적 주제인 ‘실체(실재 혹은 본질)’에 대한 답으로 라이프니츠가 제시한 것.모나드는 ‘하나인 것(the one)’이라고도 할 수 있다.일본인들은 ‘單子’라고 번역한 모나드는 실은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형상)나 신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라이프니츠는 서양의 전통철학자로 분류될 수 있다.문제는 대문자 One이 아니라 소문자 one이라는 점에서 이미 라이프니츠는 서양 전통적 신중심의 사고를 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사유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씨는 근대가 몰아냈던 실체에 대한 질문 다시말해 삶의 근원적 문제를 탈근대를 지향하는 오늘날 혼돈의 시대에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특히 근대가 이룩한 문명의 모습이 환경파괴 등과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반성이 이러한 사유의 밑바탕에 녹아있다.이씨는 서양의 실체와 같은 개념이 동북아 전통사유로 보면 도(道)와 상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씨는 라이프니츠 철학을 자신의 소화된 언어로 풀어낸다.그 소화된 언어가 때론 외려 낯설기도 하지만,그의 이러한 연구가 그가 말하듯이 앞으로 한의학 연구,현대과학연구,주역과 풍수의 연구 등을 매개 하면서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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