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줘도 '로또'…강남보금자리 불법 전매 판친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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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랜드 취재팀기자] 서울 강남구 세곡동 보금자리지구의 첫 입주 아파트의 분양권이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매일경제신문이 보도했다.

오는 9월부터 강남보금자리지구 A2블록의 첫 입주 아파트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금자리주택은 8년간 전매가 금지돼 있어 지금 사고파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주변 시세 절반 값에 중산ㆍ서민층에 제공하는 만큼 투기를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다. 그런데도 시중에서는 버젓이 프리미엄까지 붙어 불법 전매가 횡행하고 있다.

매도자가 이직이나 지방 발령 같은 사유서를 첨부해 관리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에 "전세를 놔야 한다"고 요청하면 간단한 확인작업만 거친 후 승인해 준다는 것이다.

매수자는 매도자의 분양대금에 약간의 웃돈을 얹어주고 전매가 제한된 시점까지 전세로 살다가 전매제한이 풀리면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식이다.

이면계약 썼다간 패가망신 할 수도…

9월 A2블록 912가구를 시작으로 강남보금자리지구가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간다.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발표한 이래 강남에서 처음 입주하는 단지다.

그러나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일대의 부동산 시장에는 불법 전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정부 재정 지원을 받아 싸게 공급받은 보금자리주택이 투기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전매는 최근 성공리에 청약을 마감했던 민간 보금자리 래미안강남힐즈 분양 이후 고개를 들었다.

래미안강남힐즈의 전용 101㎡ 분양권 시세는 6억2000만원대. 반면 동일 평형 기준 LH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금이 3억4000만원 수준이다.

프리미엄으로 1억원 이상을 주고 사도 최소 1억원 이상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은밀한 거래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계약체결일로부터 8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또 5년간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한다. 원칙적으론 전ㆍ월세 임대도 금지된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돼 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직장 해외 전출 등을 이유로 부득이 이사해야 하는 경우 집을 임대할 수 있다.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는 등 합법적인 전세계약이 가능해지는 것.

이런 예외조항을 이용해 매도자는 매수자와 전세계약과 별도로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기간이 종료되는 날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약정하는 이면계약도 함께 진행된다.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해당 주택의 분양금과 프리미엄으로 1억원 이상의 돈을 지불한다. 매수자는 추가로 지불한 프리미엄 액수만큼 해당 주택에 근저당을 설정한다. 집주인이 주택도 넘겨주지 않으면서 프리미엄까지 돌려주지 않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불법 전매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중개업소와 계약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단속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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