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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성인만화 사이트들 무더기로 '된서리'

중앙일보

입력

성인만화는 포털 사이트에서 돈벌이 잘되는 ‘효자 콘텐츠’로 꼽혀왔다. 하지만 음란성 경쟁으로 각 업체의 만화 콘텐츠가 선정성 경쟁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위험 수위’를 넘고 있어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음란성 짙은 인터넷 성인만화 사이트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는 지난 5일 음란성이 짙은 만화 사이트 운영업체 8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을 벌인 업체에는 만화전문 사이트 J사를 비롯,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인 K사와 N사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또 이들 업체 운영자들을 소환, 음란만화를 내보낸 경위 및 음란성 정도 등을 확인 중이며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관련자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로써 성인 방송국과 함께 잘 나가던 인터넷 유료 서비스 중 하나였던 성인만화 사이트도 한 걸음 물러서게 됐다. 해당 업체에서는 벌써부터 볼멘 소리가 나온다. ‘이제 갓 정착된 인터넷 유료 콘텐츠가 이번 일을 계기로 또 다시 수익 없는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성인만화, 확실한 수익모델로 각광

인터넷에서 만화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만화 전문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라이코스, 네띠앙, 코리아닷컴 등 대형 포털업체들도 만화 콘텐츠를 새롭게 보강하기 시작했다. 만화는 유료 서비스이면서도 다양한 콘텐츠와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지고 있어 단연 ‘효자 콘텐츠’로 꼽혀왔다.

이번에 수사 대상에 포함된 포털 사이트 N사의 한 관계자는 “유료 만화 서비스는 소액결제임에도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을 정도로 돈이 되는 콘텐츠였고 그 중에서도 성인만화는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줬던 콘텐츠였다.”며 “이에 따라 성인만화 시장에는 네티즌을 끌어 모으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나서게 됐고, 음란 또는 선정적인 성인만화들이 대거 온라인에 진출했다. 실제로 만화 포털 사이트인 ‘피클립 만화세상(www.p-clip.com)’에 게재되고 있는 총 5백93권의 만화 중 성인 섹션으로 분류되는 만화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3백1권이나 된다.

이들 만화 사이트의 성인만화들은 제목만으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껄떡쇠’, ‘사춘기’, ‘밤의 도박사’ 같은 80년대식 제목은 그나마 양호한 편. 이번 수사 대상에 오른 ‘제이제이 성인만화(www.jjcomic.com)’의 메인 페이지에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을 다룬 ‘형부(조성빈 작)’, 불륜을 통해 남편 몰래 성적 욕구를 채워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유부녀(윤치성 작)’, ‘아홉 번의 섹스(김두영 작)’ 등이 표지 그림과 함께 추천 만화로 올라와 있다.

성우 목소리 입힌 만화 서비스까지

주요 만화 사이트

코믹플러스

www.comicplus.com

오케이만화

www.okmanhwa.co.kr

피클립 만화세상

www.p-clip.com

사이버만화방

www.cyberland21.com

코믹스투데이

www.comicstoday.com

와우성인만화

www.wowsungin.com

제이제이 성인만화

www.jjcomic.com

탑툰

www.toptoon.com

이코믹스69

cotent.nownuri.net/ccn69

일부 사이트에서는 번역된 일본 성인만화가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건전한 성인만화들도 있지만, 음란성 만화로 치자면 원조격인 일본만화가 국산만화에 뒤질 일은 없다. 또 성우의 목소리까지 입힌 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와우성인 만화방(www.wowsungin.com)’은 플래시 성인 만화와 함께 음성 야소설(야한 소설) 코너를 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인만화들은 만화 포털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손쉽게 장악했다. 이번 검찰의 수사 이후 만화 사이트의 페이지 구성이 상당부분 변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성인만화 전문 사이트와 일반 만화 포털 사이트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같은 사이트에 무심코 방문했던 청소년들도 음란 사이트를 방불케하는 선정적인 그림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된 계기도 만화의 내용보다는 사이트의 선정적인 구성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코믹플러스(www.comicplus.com)는 성인 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성인 페이지 자체를 아예 따로 두고 있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만화의 내용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의 성행위가 묘사된다던가 혹은 집단 강간 같은 반인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화들도 상당수다.

코믹스투데이(www.comicstoday.com)와 코믹플러스에서 ‘섹스닷컴’, ‘X등급’ 등을 연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재석씨의 작품은 이번 검찰의 수사에서 음란성이 짙다는 이유로 연재가 전면 중단됐다.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각각의 이야기에는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주유소 강간사건’, ‘섹스 하지마!’ 등과 같이 주로 CF나 영화를 패러디 한 것들이다. 세태에 만연된 음란을 소재로 코믹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여고생이 등장하기도 하고 간혹 집단 혼음이 나오기도 한다. 코믹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표현과 대사에서 지나친 면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같은 만화 서비스는 대체로 신용카드 사용보다 휴대폰 같은 간단한 소액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만 위조한다면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 대해 냉담한 반응이 많다. 업체측에서는 당연히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성인만화들이 오프라인의 성인만화와 비교해 그다지 앞서 나간 것도 아닌데 유독 온라인에만 음란성을 문제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씨는 “이번 성인만화 서비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자 이번에는 콘텐츠 제공업자들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의 만화 사이트가 한국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식의 탄압이 지속되면 국내 만화 서비스 업체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단속이 너무 앞서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의 어기준 소장은 “문제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음란성을 판단할 만한 적법한 잣대가 현재 없다”며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에 들어간다는 것은 검찰이 월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떠한 단속에도 인터넷 성인만화 서비스는 결코 시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수용자들이 있는 한 음성적으로라도 유지되기 마련이다. 또 국내에서의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국산 성인만화가 해외로 수출됐다가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외국 만화 사이트를 통해 다시 역수입되는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번 검찰 수사 이후의 상황은 지난 인터넷 성인 방송국에 대한 단속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만화 사이트들이 청소년 서비스와 성인 서비스를 완전히 분리해 내는 선에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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