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추천 영화 페이스 블라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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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우연히 연쇄살인범의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여주인공 안나. 그 후 ‘안면인식장애’라는 희귀한 병을 앓게 되는데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끊임없이 바뀌어 사람을 알아 볼 수 없으니 미칠 노릇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조차 시시각각 변하면서 두려움과 공포는 극에 달한다. 매일 마주하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 옆에 범인은 버젓이 다가와 있고 주인공의 눈으로 함께 영화를 따라가다 보니 안면인식장애의 고통은 극대화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얼굴은 인류의 바코드’라는 여의사의 말에 사람을 인식하기 위해 숨겨진 감각을 찾으려 노력하는 안나의 모습이 긴장감을 더한다. 연쇄살인범에게 쫓기는 스릴러 영화를 볼 때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자동차 백미러의 거룩한(?) 충고가 떠오른다. 혹시나 하고 추측했던 사람, 그래 그가 범인이고 바로 눈앞에 있더라.

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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