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에 눈도장 찍어라” 더 치열해진 예산확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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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요일이었던 1일. 정부 과천청사 기획재정부 주변에는 오전부터 50여 대의 차가 주차돼 있었다. 음료수 꾸러미를 들고 승강기를 타거나, 소리가 새나가지 않게 손으로 수화기를 가린 채 통화를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휴일에도 청사에 나온 이들은 내년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 재정부 관계자를 만나러 온 공공기관 관계자다.

 재정부와 각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간 예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정부는 2일 각 부처가 내년 예산으로 총 346조6000억원(기금 포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각 부처가 산하기관, 지자체 요구를 1차로 거른 것이지만 올해 예산 대비 21조2000억원(6.5%) 늘어난 규모다. 재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확정해 10월 2일 국회에 제출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전투가 더 치열하다. 내년에는 반드시 ‘균형 재정’을 하겠다는 재정부 방침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중기 재정 계획에 따른 내년 예산 규모는 341조9000억원. 원칙대로 하면 각 부처 요구액에서 4조7000억원을 줄여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각 부처와 지자체는 조급하다. 물밑 작업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충청북도는 2월 초부터 뛰었다. 이시종 지사가 “중앙부처 관계자를 만나려면 (부처 업무가 비교적 적은) 2월 초가 적기”라고 다그쳤기 때문이다. 신호탄이 오른 건 지난달 4일 대전에서 열린 시·도 지방재정협의회였다. 각 지자체 국장급이 총출동했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 등 예산 관련 고위 공무원에게 인사라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예산 편성 작업이 본격화된 지난달 후반부터는 총력전이다. 경기도는 실·국별로 ‘예산 확보 활동상황’을 매일 보고하고 있다. 안경엽 경기도 예산담당관은 “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를 길어야 5분, 10분 만날 수 있지만 계속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난에 처한 인천시의 시민단체는 1일부터 2014년 아시안게임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200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승부처는 복지 예산이다. 돈이 필요한 곳도, 돈 관리가 시급한 곳도 모두 복지이기 때문이다. 전체 복지 예산 요구액은 총 9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예산보다 5.3%(4조9000억원) 많다. 이 가운데 4대 연금 등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돈만 48조4000억원이다. 교육 예산도 지방교육교부금 등이 늘면서 10%를 더 달라는 요구가 접수돼 있다.

 불똥이 튄 분야도 여럿 나오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이 대표적이다. 재정부가 이미 ‘증설보다 내실’이란 지침을 내려보냈기 때문에 SOC 관련 요구액은 올해 예산 대비 10.1%(2조3000억원) 줄었다.

이석준 재정부 예산실장은 “균형 재정을 위해선 세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대선 캠프까지 예산을 신경 쓰게 될 9월 이후가 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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