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로서 갖춘 교양·기술…1300대 1 경쟁률 뚫은 비결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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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보영씨는 “적극적인 자세로 창공의 꿈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호서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재학생이 1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세계 유명 제약회사 전속모델로 선정돼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20대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다리의 붓기를 완화 시켜주는 의약품 출시를 앞두고 광고 모델 선발 대회를 개최했다. 석씨는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대회에서 결선에 오른 5명 가운데 최종 면접을 통해 모델로 발탁되는 기쁨을 안았다. 모델이 되려면 철저한 자기관리로 건강과 미모를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관념과는 달리 석씨는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병원생활을 한 약골이었다. 게다가 동생들까지 알 수 없는 병치레로 고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대학에 진학했고 결국 유명 회사의 모델이라는 작은 꿈을 이뤄냈다. 석보영씨에게 지원동기와 선발과정, 앞으로의 활동계획 등을 들어봤다.

- 어떤 대회였나.

“베링거인겔하임은 전 세계 145개 지사가 있고 근무 인원만 4만2000여 명에 이르는 제약회사다. 이곳에서 다리의 붓기를 완화 시켜주고 미세순환을 돕는 동시에 피부보습효과가 있는 의약품을 출시했다. 회사는 지난 3월 12일부터 4월 30일까지 제품에 적합한 건강한 다리를 가진 사람을 뽑는 대회를 열었다. 회사는 이 기간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참여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다득표자 5명을 선발해 최종 면접을 통해 1명에게만 전속모델의 기회와 상금을 준다고 공지했다. 평소 운동을 통해 체형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아 나에게 맞는 대회라고 생각했다.”

- 높은 점수를 받은 비결이 있나.

“10여 일 뒤에나 대회에 참여해 처음에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른 참가자들은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사진을 올려 이미 많은 표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 자신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쇼핑몰 모델을 해본 경험이 있는 데다 개인적으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이런 마음을 갖게 해준 것 같다. 집 벽면 전체가 사진으로 꾸며져 있을 만큼 어릴 때부터 찍은 사진이 많다. 이 때문인지 카메라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사진 찍을 때의 자연스러운 자세와 표정이 어느 정도 몸에 익어 좀 더 건강하고 예쁜 모습이 부각된 것 같다. 면접 당일 순위가 나와 긴장한 탓인지 준비한 만큼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다. 경쟁자들은 같은 계열학과 학생에서부터 현직 모델까지 있었다. 모두 나보다 키가 크고 뛰어난 용모를 갖고 있었다. 가장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면접 때 갖춰야 할 자세와 표정에서부터 회사가 개발한 제품 성분까지 철저히 준비해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수업의 영향이 컸다.”

- 학교 수업이 어떤 도움이 됐나.

“호서대 항공서비스학과에는 항공기 실습실과 이미지 메이킹실 등이 있다. 그곳에서 스튜어디스가 갖춰야 할 교양과 바른 자세, 걷는 연습을 한다. 또 하나는 앉는 자세부터 일어서는 자세, 물건 줍는 자세, 손님 응대 위치 안내 등을 배운다. 교수님들이 스튜어디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업종에서 갖춰야 할 지식을 실습 위주로 가르쳐주신다. 면접요령과 기술도 중요한 시험과목 가운데 하나다. 이런 과정이 바탕이 돼 면접에도 별다른 두려움 없이 임했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남들 앞에 서면 늘 긴장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 수업을 받으면서 많이 달라졌다. 계속되는 발표수업은 나를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학생으로 만들어줬다. 항공서비스학과가 모델과 연관성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 어릴 때부터 몸이 많이 아팠다는데.

“몸이 좋지 않아 오랜 기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동생들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다 보니 가정형편이 많이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병실에서 혼자 공부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모님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가장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완쾌됐고 다양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2013년 잡지에 실릴 제품 광고 촬영이 계획돼 있다. 여러 곳에서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 제약회사 광고모델 선정을 계기로 더욱더 자신감 갖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모델로 활동하면서도 전공과목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승무원이 돼 세계 곳곳을 누비는 창공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기회가 생기면 이를 놓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기회의 끈을 잡으라고 말하고 싶다. 끝까지 지도해주신 학과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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