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 D-2] 죽음만 부른 마약과 전쟁에 민심 등 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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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성향의 멕시코 야당인 제도혁명당(PRI) 소속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가운데) 후보가 대통령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27일(현지시간) 톨루카에서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인기 배우인 부인 앙헬리카 리베라(오른쪽)가 동행했다. 니에토 후보는 44%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톨루카 AP=연합뉴스]

“멕시코 국민이 제도혁명당(PRI) 엔리케 페냐 니에토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그것은 멕시코에서 폭력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PRI의 집권이 부패의 증가를 의미하긴 하지만, 동시에 이는 평화를 사는 것이라는 의미도 되니까요.”

 『마약과 권력, 멕시코에서부터 파라다이스까지』의 저자인 프랑스 연구가 장 리벨루아는 다음 달 1일 대선을 앞두고 페냐 니에토의 선두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이 바로 안정 확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조사 전문기관 퓨(Pew) 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현재 멕시코에서 제일 심각한 문제로 가장 많은 75%가 마약 카르텔과 관련된 폭력을 꼽았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2006년과 2007년 마약과 관련된 살인사건 희생자 수는 2000여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군을 투입한 강경 진압과 중화기로 무장한 카르텔의 저항으로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시민들이 입었다. 전미외교협회(CFR) 라틴아메리카 연구원 섀넌 오닐은 “마약과의 전쟁 이후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갈취와 납치, 강도, 인신매매, 마약 소매 판매 등으로 활동 영역을 다양화하며 직접적으로 시민들을 먹잇감으로 삼게 됐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은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을 채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범죄조직과 연계되지 않은 젊은이들은 아무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분쟁 지역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차라리 정권이 카르텔과 결탁했던 PRI 시절이 더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페냐 니에토는 “카르텔 거물들의 체포보다는 폭력을 줄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랜 부패의 역사를 지닌 PRI의 복귀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벌써부터 부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PRI 소속의 전 주지사 등 원로 정치인 일부가 카르텔과 결탁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멕시코 최대 방송국 텔레비사가 향후 정권으로부터 받을 이익을 노리고 페냐 니에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불공정 보도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페냐 니에토는 2005년 멕시코 최대 지자체인 멕시코주 주지사로 당선되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공약한 608개 사업 대부분을 이행해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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