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국인 영향력 2008년 금융위기 후 44% → 70%로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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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이 펀드 환매 여파로 운용규모를 줄이면서 외국인의 대항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매수·매도가 코스피지수 등락을 좌지우지하는 정도는 2008년 금융위기 전 44%에서 70%까지 올랐다.

 28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3년 8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외국인 순매수와 코스피 변화율 간의 상관관계는 0.44였다. 하지만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는 0.7까지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코스피가 100% 움직일 때 외국인 순매수 영향이 44%였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70%라는 의미다. 같은 기간 기관 순매수와의 상관관계도 0.16에서 0.22로 확대됐지만 외국인에는 한참 못 미쳤다.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가 펀드 환매 수요 때문에 주식을 계속 파니까 역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며 “그만큼 외국인 영향력이 커져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 놀아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엔 장기투자를 하는 외국계 자금이 많아 외국인에 의한 변동성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 등 외국인의 단기 트레이딩 자금 비중이 커지면서 한국 증시의 단기변동성도 확대됐다.

 올 들어 외국인은 순매수를 이어오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4월부터 유럽계를 위주로 순매도로 전환했다. 4월엔 1조491억원, 5월엔 2조953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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