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온라인 혁명] 새로운 온라인 결제 비즈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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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메이슨의 아기를 돌보는 16살짜리 ‘보모’는 그녀 나름의 고민거리가 있었다. 아기 돌보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지만 신용카드가 없는 것이다.

딜리아스닷컴 (Delias.com)에서 청바지나 티셔츠를 산다든지 어번디케이닷컴 (Urbandecay.com)에서 색다른 립스틱을 사고 싶은데 신용카드 없이는 그림의 떡일 뿐. 단 한 가지 방법은 부모를 졸라 대신 주문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린 보모의 이런 딜레마를 지켜보던 메이슨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때까지 엄청난 구매력을 갖춘 일정 연령층의 소비자들이 완전히 외면당해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99년 6월 메이슨은 그 해결책으로 로켓캐시닷컴 (Rocketcash.com)을 만들어 신용카드가 없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로켓캐시의 아이디어는 아주 간단하다. 부모나 친척들이 미성년자의 이름으로 등록된 계정에 일정액의 돈을 적립한다. 그러면 청소년들은 포그도그 스포츠(Fogdog Sports)·제이크루닷컴 (Jcrew.com)·디즈니 스토어 등 이 사이트에 연결된 140여 개 온라인 상점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이 돈으로 구입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마음대로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어 좋고,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아이들이 신용카드로 무한정 써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좋다.

약 46만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로켓캐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엄청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주피터의 추산에 따르면 오는 2002년까지 3500만 명이 넘는 10대 및 10대 미만 연령의 어린이들이 13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전망.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로켓캐시의 유일한 경쟁사는 아이캔바이였다. 아이캔바이는 작년 11월 급작스런 폐업 발표로 30만 가입자들을 당황케 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사는 토머스 챔본(15)은 이때 당황했던 가입자들 중의 하나다.

그의 부모는 매달 토머스와 다니엘, 캐머론 등 세 명의 자녀들 계정에 20달러씩을 적립했다. 아이캔바이가 폐쇄되기 전까지 토머스는 림프 비스킷 CD를 온라인으로 사는 데 열심이었다.

토머스의 엄마 태미 챔본도 “이제 가족 모두가 실망하게 됐다”면서 “아이들에게 실제로 돈을 세어서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주 좋은 일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또 “그로 인해 아이들이 돈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계정을 스스로 관리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된 것도 좋은 일 중의 하나라는 것. 그녀는 이제 아이캔바이 대신 로켓캐시를 이용할 생각이다.

로켓캐시의 공동창업자이자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캐롤 크루즈는 아이캔바이의 파산이 청소년 현금 이용 시장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로켓캐시는 아이캔바이에 비해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아이캔바이는 14∼15세 연령층에만 집중했고 그 연령층에 적합한 콘텐츠만을 제공하는 데 너무 집착했었다. 예컨대 레드핫 칠리 페퍼의 ‘캘리포니케이션’ CD는 이 사이트에선 판매하지 않았고 에미넴의 ‘마셜 마더스 LP’도 비속어를 삭제한 판만을 판매했다.

또 아이캔바이는 서비스 가입신청 때 당사자가 아닌 부모가 가입하도록 했고 거래 때마다 부모가 승인하게 하는 옵션도 제공했다.

반면 로켓캐시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했다. 이 사이트에선 대부분 부모의 관여 없이 청소년들이 직접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 회사 고객들의 평균연령은 17세고, 가맹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제한을 거의 두지 않고 있다.

더구나 아이캔바이와 달리 고객들은 로켓캐시 가맹점에서 직접 상품구입이 가능하다. 보더스닷컴 (Borders.com)·바이닷컴 (Buy.com)·CD나우닷컴 (CDNow.com) 같은 로켓캐시 가맹점들은 대체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예를 들어 섹스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간 책같이 일정한 키워드가 포함된 물품은 구매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편 로켓캐시는 실제로 사전승인 옵션을 사용하는 부모들이 전체의 1%도 안 되므로 이런 기능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거래가 이루어진 뒤 부모들이 거래내역을 통보받을 수 있게 했다. 마케팅 담당 부사장 크루즈는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 너무 제한이 많으면 아이들은 돈을 싸들고 쇼핑몰로 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로켓캐시는 광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가맹점으로부터 구매 때마다 10∼15%의 중개료를 받고 인센티브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크루즈에 따르면 “로켓캐시는 대다수 다른 인터넷 회사들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다.

그러나 요즘 웹사이트만이 두려워해야 할 경쟁상대는 아니다. 청소년 쇼핑객을 겨냥해 최근 부상하는 강력한 경쟁사는 오히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비자카드 같은 대형 신용카드 회사들이다. 비자벅스나 코발트카드 같은 이름의 선불카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선불카드는 전화카드와 똑같은 원리로 미리 지불한 한도 안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로켓캐시는 이런 선불카드가 자녀들의 온라인 지출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선불카드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선불카드는 포르노사이트를 포함해 어떤 사이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이 선불카드 번호를 입력해 실제 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이런 사이트에 접속해 실컷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유료 콘텐츠 구매에 카드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부모는 알 도리가 없다. 대부분 포르노사이트에서는 카드 사용내역서에 자기 사이트의 성격을 전혀 알 수 없도록 모호하고 건전한 듯이 보이는 회사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선불카드가 불건전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미성년자들에게 선별적 승인이라는 독자적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즉 아멕스 웹사이트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있다. “코발트카드를 불법으로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본사에서는 귀하의 코발트카드 거래를 취소할 것이며 신규발급 자격도 박탈할 것입니다.”

한편 비자벅스는 자녀들이 의심스러운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했을 경우 부모에게 그 사실을 e-메일로 통보해 주는 옵션을 머지 않아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로켓캐시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일이다. 스프라이트와 맺은 ‘10억 병’ 공동 마케팅 기획이 그것. 12병들이 사이다 묶음 중 11병에는 로켓캐시에서 지불한다는 20센트에서 1달러 상당의 금액 코드가 적혀 있다. 이 판촉행사는 벌써부터 많은 청소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마리아(16)는 하루 네 병의 스프라이트를 마시게 됐다고 고백할 정도다. 그녀는 15달러 상당의 로켓캐시를 모아놓고 있다.

이 돈으로 그녀는 그래피티온라인닷컴 (GraffitiOnline.com)에서 팔찌를 사거나 반스앤노블닷컴 (Barnesandnoble.com)에서 시집을 살 예정이다. 마리아는 “로켓캐시는 아주 좋은 사이트다. 나는 이 사이트를 누구에게든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프라이트 판촉행사만으로 이 사이트에 충분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똑같은 소비자층을 겨냥하고 있는 대형 신용카드 회사들에 대항하여 로켓캐시가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로켓캐시는 서서히 사용자층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빠른 저변확대가 로켓캐시의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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