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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햇볕·제재 모두 안 통해 선비핵화 고집하면 해결책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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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영선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두고 학계가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여야 대선 주자들에게 제시하는 학계의 ‘블루노트’인 셈이다. 미국에선 차기 정부의 정책 제안을 위해 의회가 초당적 입장에서 보고서(블루노트)를 만들어 하원의장과 차기 대통령에게 보내는 전통이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7일 서울 풍전호텔에서 연 ‘2020 한국외교 10대 과제’ 토론회도 그런 취지다. 토론회는 ‘한반도 공진화(共進化) 전략’과 ‘동아시아 복합 네트워크 외교’를 키워드로 삼았다. 공진화 전략은 한국과 북한이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새로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복합 네트워크 외교는 한·미 동맹 일변도보다 유엔·중국 등과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포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원 이사장인 하영선(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1991년 비핵화공동선언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도, 현 정부의 대북제재 모두가 비핵화에는 실패했다”며 “선(先) 비핵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서는 해결책이 없다. 비핵화는 평화체제 논의와 동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새로 등장한 김정은 체제는 3년간 유훈인 선군정치를 시행하며 ‘핵 있는 과잉 안보체제’에서 ‘핵 없는 적정 안보체제’로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할 것”이라며 “핵이 없어도 미 제국주의와 남쪽의 위협, 중국의 외면이란 세 가지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모멘텀을 보려고 할 텐데 차기 정부는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순성(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노태우 대통령 시기 북방정책, 대북 포용정책이 공진화 1기, 복합네트워크 1기라면 주변 강대국 리더가 모두 바뀌는 2013년은 새로운 공진·복합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남한이 먼저 대북정책을 바꾸자는 의미에서 포용(engagement)과 비슷하지만 더 확대된 개념이며 어떤 정부에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 자문을 하고 있는 최대석(북한학) 이화여대 교수는 “박근혜 캠프도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있어 공진전략과 인식을 같이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하루 앞서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사단법인 ‘한반도 평화포럼’ 토론회에서는 2013년 차기 정부 통일외교안보 분야 10대 과제가 제시됐다. 지난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주도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주도해 만든 이 제안은 다자적 외교 논의보다는 대북문제에 집중됐다.

 5·24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하는 한편 내년 중 3차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해 매년 정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되 해외 및 북한정보, 대테러 대응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나왔다. 임동원 전 장관은 “평화정착과 남북공동번영이 새 정부의 절박한 과제”라며 “평화를 지향하는 후보가 이를 대선공약으로 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차기 정부는 북한주민의 자유권(인권) 신장과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며 동시에 북한에 대한 상시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체제를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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