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되지 않으려면 시를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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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글을 써라. 가능하면 시를.” 꼰대는 나이 많은 사람이나 선생님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공개 석상에서 함부로 쓰기 힘든 은어·속어다. 하지만 자신 역시 ‘꼰대(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인 심보선(41·사진) 시인은 거리낌 없이 ‘도발’했다. ‘나이들어 간다는 것’을 주제로 23일 경희대 오비스홀에서 열린 TEDx홍릉 강연에서다.

 1994년 스물네 살에 등단한 심 시인은 “꼰대는 늘 자기만 옳고 남은 그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나이들어 꼰대가 되기 싫다면 ‘나도 잘 모를 수 있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 폴란드 시인 비슬라바 쉼보르카의 9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을 인용했다. 그에게 꼰대는 성찰 없는 권위주의, 시는 자성(自省)을 뜻했다.

 TEDx는 매년 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지식 축제’ TED의 지역 모임이다. 규모는 작지만 TED처럼 명사들을 초청해 릴레이 강연을 듣고 이를 무료 공개하는 TED식 ‘지식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모임이 있는데, 국내 모임만 63개에 이른다.

 TEDx홍릉은 지난해 홍릉 인근에 자리잡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경희사이버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올해 행사에는 심보선 시인을 비롯해,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 다섯 명이 무대에 올라 60여 명의 관객과 ‘나이듦’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이창준 KIST 책임연구원은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철학자인 이정우 경희사이버대(교양학부) 교수는 노화와 죽음에 대한 스토아 학파의 정의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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