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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코리언 슬러거 최희섭 - (4)

중앙일보

입력

테네시와 애리조나의 스타

지난해 7월27일(이하 한국시간) 싱글A 플로리다 스테이트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던 최희섭은 더블A 서든리그 웨스트테네시 다이아몬드잭스로 올라가라는 반가운 통보를 받았다.

싱글A 레벨에 비해 훨씬 뛰어난 유망주들이 기량을 겨루는 더블A 리그는 싱글A 리그에서 승격된 선수들에겐 일단 부담스러운 곳. 그러나 무서운 방망이로 리그를 평정하고 있던 최희섭에게 더블A라는 새로운 무대는 준비된 자를 위한 '잔치마당'일 뿐이었다.

28일 있었던 그의 더블A 데뷔전. 상대는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헌츠빌 스타스. 5번 타자로 출전한 최희섭은 4회초 상대팀 선발 트레비스 스미스의 공을 담장 너머로 날려 버리며 더블A 첫홈런을 기록했다. 그날 5타수 3안타로 4타점을 올렸던 최는 3안타를 모두 장타(홈런 1개, 2루타 2개)로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소속팀 감독과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가 더블A에서 홈런 5개를 기록하는데는 12경기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그 12경기의 성적은 그가 더블A 투수들의 볼을 얼마나 철처히 그리고 완전하게 공략했었던가를 보여준다. 40타수 15안타, 타율 .375에 그 15안타중 홈런외에 2루타도 4개나 되어 안타의 60%를 장타로 기록했다. 그의 기록이 대부분 각팀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로 얻어냈다는 사실은 더욱 인상적이다.

최희섭의 활약은 8월23 샤타누가 룩아웃츠(신시네티 레즈 산하)와의 원정경기에서 극에 달했다. 컵스 팜 책임자였던 짐 헨드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최는 이날 한경기에서 무려 홈런 3방을 날려버렸던 것이다.

1회(2점)와 4회(3점) 그리고 9회(1점) 각각 홈런을 기록한 그는 그해 서든리그에서 시즌 한경기 세 개의 홈런 날린 두 번째 선수가 되었다. 5타수 4안타로 6타점을 기록한 그는 2루타 1개 포함 안타를 모두 장타로 기록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최희섭의 빛나는 활약은 시카고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최는 8월 마지막주 컵스 공식 사이트가 "시즌 마지막달(9월)에 빅리그로 승격되는것을 가장 보고싶은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그주의 팬투표에서 후보에 올랐던 5人중 당당 2위에 랭크되었다. 1위는 같은팀 동료 코리 패터슨이 그리고 3위와 4위는 트리플A 아이오와 컵스에서 뛰고있는 카를로스 잠브라노(투수), 훌리오 쥬레타(1루수)였다.

시즌 내내 싱글A에서 뛰다가 더블A로 승격된지 한달도 되지않은 최가 빅리그 승격후보에 올랐다는것부터가 의외였으며 또한 그가 같은 포지션인 1루수이며 아이오와 최고의 타자인 쥬레타보다 더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사실이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속도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던 최희섭은 9월초 더블A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 컵스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우뚝섰다.

7월말 더블A로 승격됐던 최의 더블A 성적은 36경기에서 타율 .303, 2루타 9개, 홈런 10개, 25타점, 볼넷 25개, 삼진 38개, 출루율 .419, 장타율 .623. 승격전 싱글A 하이클래스팀인 데이토나 컵스에서의 성적도 대단했지만 더블A에서의 성적은 이를 능가했다.

두팀에서의 성적을 합하면 총 136경기에서 타율 .298, 2루타 34개, 3루타 6개, 홈런 25개, 95타점, 볼넷 62개, 삼진 116개 도루 7개 출루율 .383, 장타율 .557로 마이너리그 톱클래스급이었다.

정규시즌이 끝났을 무렵 미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팅 뉴스는 최를 컵스 최고의 파워히터 유망주로 뽑았다. 메이저리그 각팀별 유망주들중 최고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타자들을 팀당 한명씩 선정했던 스포팅 뉴스는 최희섭이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성장과 순조로운 문화적 적응 그리고 파워외에 타격에서의 정교함까지 겸비했다는 점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 기사의 내용을 잠깐 보면

컵스가 1999년 3월 한국에서 온 최희섭과 계약했을때 그들은 파워면에서 잠재력 있는 선수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도 그가 이렇게 빨리 자라날지는 알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했고 싱글A 랜싱에서 홈런 18개와 70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올시즌 (하이클래스)싱글A 데이트나로 올라갔으나 거기서 오래있지 않았다. 그가 너무 잘했기 때문에 컵스는 그를 더블A 웨스트테네시로 승격시켰고 그는 거기서도 컵스의 마이너리그 책임자인 헨드리의 표현처럼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최는 더블A 36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날렸고 장타율 .623을 기록했다.

거대한 파워를 지닌 최는 또한 타율도 높다. 좌완과 우완투수 모두에게 강하며 삼진수도 지나치게 많지 않다. 그에게 필요한것은 단지 계속 타석에 서는것 뿐이다.

컵스가 마크 그레이스와 재계약을 하던 안하던 간에 최는 내년 스프링 캠프에 초청받을 것이고 시즌중 어느땐가 빅리그로 올라갈것이 확실시된다.

스포팅 뉴스는 최의 타격에서 거의 약점을 찾아볼수 없다는것을 근거로 들며 2001시즌중 빅리그 진입을 기정 사실화 했었다.

최의 소속팀 다이아몬드잭스의 연고지인 잭슨시의 현지언론 <잭슨 선지>도 이 한국에서 온 슬러거를 특집기사로 다뤄 그를 부각시켰다.

선지의 다이아드잭스 담당기자인 제니퍼 가빈은 "점잖은 거인 최가 팀동료들과 팬들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Gentle giant Choi quickly makes inroads with teammates, fans)"란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지면을 할애하여 최의 더블A 데뷔시의 에피소드와 활약상 그리고 코리 패터슨등 동료들의 평가를 소개했다.

기자는 마이너리그 첫번째 풀시즌임에도 최가 더블A에 적응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차타누가 룩아웃츠전에서 홈런 3개를 날리며 6타점을 올렸던 것과 단 36경기만에 10번째 홈런을 기록했던 사실을 부각시켰다.

특집기사는 또한 최에 대한 팀동료들의 평가를 소개하며 최희섭이 공격과 수비 모두 특출나며 동료로서도 매력적인 선수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컵스 최고 유망주 코리 패터슨은 "내가 그를 만났던 이후로 그가 퇴보한적은 없었다. 컵스 산하 모든 유망주들을 직접 다 보지는 못했지만 내 판단으로 최는 타율뿐만 아니라 파워까지 겸비한 전체적으로 볼때 구단내 유망주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타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항상 변함없는 태도를 견지한다. 그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또한 3루수 에릭 힌스키는 "4번 타자인 그의 존재는 다른 타자들에게 많은 보호막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수비에 있었서도 그는 더이상 바랄것이 없는 선수이다. 내가 1루 어느 곳으로 송구하더라도 그는 그것들을 다 처리한다"라며 최를 칭찬했다.

최의 시즌은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었다. 리그 플레이오프와 '유망주들만의 리그'인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도 최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몰랐다.

그는 버밍엄 배런스(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리그 서부 디비전 플레이오프에서 팀이 1승2패로 벼랑에 몰렸던 4차전에서 1-1 동점이던 8회말 극적인 역전 솔로홈런을 날리며 팀을 살려냈으며 5차전에서도 1회초 홈런을 날리는등 5경기에서 타율 .294, 2루타 1개, 홈런 2개, 6득점,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이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최희섭은 이어 미래의 메이저리그 올스타들의 집합장인 2000년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는 시카고 컵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플로리다 말린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유망주들로 구성된 메사 솔라삭스 소속으로 뛰며 개막전 홈런 포함 타율 .298, 2루타 9개(공동 3위), 홈런 6개(공동 1위), 장타수 16개(1위), 득점 22개(2위), 타점 16개, 출루율 .431(3위), 장타율 .577(2위)을 기록하며 포지션별 최고선수 선정투표에서 만장일치로 가을리그 최고의 1루수로 선정됐었다.

2000시즌을 플로리다의 싱글A팀에서 시작했던 최희섭은 1년이란 짧은시간안에 더블A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그리고 애리조나 가을리그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가는곳 마다 최고의 선수로서 인정받으며 그 누구도 그가 시카고의 새로운 스타가 될것임을 의심치 못하게 만들었다.

외롭고 고독했던 준비의 시간은 어느듯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게 대망의 2001년이 밝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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