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오늘부터 구제금융 재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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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구제금융 재협상안을 마련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은 23일(현지시간)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연립정부에 참여한 사회당·민주좌파와 협의해 재정긴축 목표 달성 시한을 적어도 2년 늦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재협상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사마라스 내각은 재정흑자 달성 연도를 기존 2014년에서 2016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놓고 트로이카와 협상하기로 했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재정긴축 상황을 점검하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을 의미한다.

 사마라스 내각은 21일 첫 각료회의에서 “구제금융 협약을 원칙적으로 준수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이유로 트로이카와 부분적으로 재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핵심 재협상 대상은 공공부문 15만 명 감축 계획의 폐지다. 그리스는 올 3월 2차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여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인력 15만 명을 줄여 정부의 임금 부담을 낮추기로 했었다.

 사마라스 내각은 또 그리스 경제의 주력인 카페·레스토랑 등의 판매세를 낮추기로 했다. 최저임금 22%를 삭감하는 계획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국공유 재산 500억 유로(약 73조5000억원)어치를 2020년까지 팔아 재정을 확충하는 데 쓰기로 했다. 매각 대상 재산의 절반 이상이 섬 등 부동산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사마라스 내각이 마련한 재협상 내용에 비춰 재정건전화 계획이 적어도 2년 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사마라스 내각은 25일 아테네에 들어와 구제금융 협약 준수 여부를 실사하는 트로이카 조사단에 재협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트로이카를 사실상 지휘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쪽은 실사단 조사 결과를 먼저 살펴본 뒤 그리스 요구를 얼마나 들어줄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독일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그리스 총선 직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차 구제금융 협약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재정 건전화 시한을 연장하는 수준에서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도대로라면 사마라스 내각이 추진하는 재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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