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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으로 그린 나만의 우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6호 22면

1 BL-095(2008), 캔버스에 볼펜, 221.0x365.8㎝

“동판화에서 쓰는 송곳을 사용해 만들어내는 선들의 이미지에서 작가의 손맛이 싱싱하게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손맛을 회화에 한번 접목해 보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늘 일정한 선을 뽑아내는 볼펜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볼펜을 종이나 캔버스에 휘갈기다 보면 손놀림 하나하나의 흔적이 가는 선들이 되어 바람결에 흔들리듯 경쾌한 맛을 전해줍니다. 다른 한편으로 무수히 반복된 선들의 집결체인 어두운 화면들은 깊은 침묵의 덩어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2 BL-119(2009), 캔버스에 볼펜, 190.5x297.2㎝

평론가들로부터 ‘이것이 드로잉인가 페인팅인가’라는 식으로 장르적 구분에서 헷갈린다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저는 ‘페인팅 같은 드로잉, 드로잉 같은 페인팅’이라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작가로서 비평가를 헷갈리게 한다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볼펜 화가’로 불리는 재미 한인작가 이일(60)씨가 고국에서 16년 만에 개인전을 한다. 81년 브루클린 미술관 전시에서 처음 볼펜 드로잉을 선보인 이래 30여 년간 색색의 볼펜으로 빈 캔버스를 채우고 때로 빈 볼펜으로 가득 찬 캔버스를 긁어내며 자신만의 우주를 표현해 온 그다. 그의 작품은 20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관에 전시됐으며, 올 3월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4점이 소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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