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21)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중앙일보

입력

5년만의 지구우승, 디비전시리즈에서의 통쾌한 승리.

카디널스의 단장 월트 자케티가 일궈낸 것들이다.

그러나 자케티는 이를 위해 '마이너리그의 올스타팀'이라던 팜을 붕괴시켰으며, 3천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성공은 성공이다. 빅리그에는 팜을 무너뜨리고,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우승은 커녕 욕만 먹는 단장도 부지기수니까.

◇ 빅맥 없는 카디널스

99시즌 99홈런-254타점을 합작했던 마크 맥과이어와 페르난도 타티스는 각각 무릎부상과 허벅지부상에 시달리며 50홈런-137타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카디널스 타선은 이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61개의 홈런과 78점을 더 뽑아냈다.

일등공신은 애너하임 에인절스에서 이적해온 짐 에드먼즈. 선수단은 '왕따'였던 그를 따뜻하게 맞아줬고, 에드먼즈는 MVP급의 활약(42홈런-108타점)과 함께, 부담없는 장기계약(6년간 5천7백만달러)으로 이에 화답했다.

윌 클락은 자신이 해야할 것과 물러날 때를 아는 선수였다. 후반기에 맥과이어의 땜질용으로 투입됐던 클락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51경기 .345 12홈런 42타점) 팀을 지구우승으로 이끌었고, 미련없이 은퇴했다.

'하얀 그리피' J.D. 드류의 재기(?)도 기쁜 소식. 풀타임 첫해 매운 맛을 톡톡히 봤던 드류는 선구안을 끌어올리며 마침내 자신의 명성에 다가서기 시작했다.

1번타자 페르난도 비냐는 비록 39경기를 결장했지만 .380의 출루율로 카디널스의 고질병을 치료했으며, 플래시도 폴랜코도 타티스의 공백을 무난히 메웠다.

◇ 뿌린만큼 거두다

오프시즌 동안 전력보강의 초점이 맞춰진 곳은 선발진이었다. 5명 중 4명이 물갈이된 선발진은 99년보다 30승이 많은 74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많은 희생을 치루고 데려온 '빅 3'의 덕은 아니었다. 로키 산맥에서 내려온 대릴 카일만 20승으로 제몫을 다했을 뿐, 앤디 베네스와 팻 헨트겐이 올린 37승은 타자들이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무살의 릭 엔킬은 11승(7패, 3.50), 194탈삼진으로 '캐리 우드의 왼쪽 버전'이란 별명의 의미를 확인시켜줬다. 그는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무참하게 무너졌지만, 여전히 랜디 존슨의 좌완계보를 이을 만한 1순위 후보다.

가렛 스테판슨의 돌풍도 대단했다. 토니 라루사 감독은 4년 동안 14승에 불과했던 스테판슨을 제5선발로 기용했고, 그는 16승은 물론 200이닝을 책임지며 내셔널리그의 제5선발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두 신인 선발과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본인은 마무리투수 데이브 비어즈와 셋업맨 마이크 제임스였다. 비어즈는 특급마무리는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피칭으로(29세이브) 리키 보탈리코가 부셔 놓은 뒷문을 정비했고, 제임스는 약해진 중간계투진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 내일은 어떻하려고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카디널스의 지난 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호세 히메네스, 매니 아이바, 릭 크로쇼어, 브렌트 버틀러, 조 맥유잉, 애덤 케네디 등 한 순간에 잃어버린 유망주들의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버드 스미스와 앨버트 퍼홀스가 남아있는 카디널스의 팜은 1년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지금의 상황은 같은 지구의 경쟁상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시카고 컵스가 '내부로부터의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에서 더욱 불안하게 느껴진다.

자케티 단장의 진짜 실력은 이제부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