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동물인 존재, 인간의 본질은 잡종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책 읽는 수요일
434쪽, 1만6000원

인공지능과, 소통 문제를 파고든 흥미로운 책이다. 비행기 조종은 물론 가장 개인적 분야라 할 심리치료에까지 이용될 정도로 컴퓨터가 발달한 오늘날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의 설 자리는 어디인지를 모색했다.

 지은이는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와 인간연합군간에 가장 인간다움을 가리는 뢰브너상이 2009년 ‘가장 인간적인 인간’으로 선정한 미국의 과학저술가다. 컴퓨터과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는 덕에 책은 과학과 철학은 물론 문학과 영화 등을 넘나든다.

 지은이는 컴퓨터와 대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잡종’이란 논지를 펼친다. 호기심·흥미·깨달음·놀라움·경외심 같은 가장 인간적인 몇몇 감정은 우리 안의 컴퓨터와 동물이 결합돼 혼합상태를 이룰 때, 즉 욕망과 이성을 어울릴 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도 비판한다. 예컨대 ‘영혼’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을 경멸하거나, 우리는 이런 ‘짐승’의 후손이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는 우수한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흔히 인간을 동물이나 컴퓨터와 구분 짓는 ‘영혼’조차 언제, 어디에 깃드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 문화권에서는 식물의 ‘영혼’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인간을 ‘컴퓨터로 만드는 교육’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행 교육제도는 논리영역을 관장하는 좌뇌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고, 좌뇌 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우리 자신을 일종의 컴퓨터로 간주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모든 교과목에는 위계질서가 있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것처럼 무용을 매일 가르치는 교육제도는 지구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수학이 매우 중요하지만 무용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허락만 된다면 언제나 춤을 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더 허리 위쪽, 머리에 초점을 맞춰 교육하기 시작한다”는 예술교육 전문가인 켄 로빈슨 경의 말을 인용한다.

 오크나무 가지를 서로 갖다 붙인다고 해서 오크나무가 자라는 것이 아닌 것처럼 파편화된 감성, 이성 편향의 사고는 진정한 인간성(나아가 동물성)이 아니라는 지은이의 주장은 디지털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