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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식당 명함' 주자 술집 아가씨들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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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캡처]

명함 한 장 받았는데 그걸 상품권처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런 호사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음식점 명함이 뇌물용 상품권으로 둔갑하는 현장을 JTBC가 20일 전했다.

과천시 중앙동 정부종합청사. 재정경제부와 법무부 등 11개 중앙행정기관이 모여 있다. 공무원 수만 5000 명이 넘다보니 청사 주변에는 각종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이 계산 대신 무언가 적고 나온다. 식당 종업원은 "(음식점) 명함 받아서 쓰는 거에요. 선금 낸 거니까 그걸 갖고 와서 드시는 거죠"라고 말했다.

자세히 보니 공무원들이 나오는 식당에서 음식점 명함이 오가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기업체 직원을 가장해 공무원 접대 방법을 확인해 봤다. 한 식당 업주는 " 접대하시려고 하는 거에요? 그러면 (저희 식당에) 50만원 선금을 내지 않습니까. 그러고 (음식점 명함을) 드리세요. 그러면 그 분이 알아서 자기 부서가 10명이다 하면 와서 15만원 쓰고… 다 그렇게 하시죠"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기업들이 고위공무원들에게 선불카드를 돌렸다 추적 당해 문제가 된 이후 음식점 명함이 은밀한 접대 수단으로 둔갑한 상황이다. 선금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지만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으니 기업체나 공무원 모두가 선호한다. 음식점 업주는 "이런 거 국장님 드리고 '회식비로 쓰십시오' 하면 좋아하시죠. 100만원 해드렸다, 두 세 번이면 끝나요. 영수증이나 마찬가지죠"라고 했다.

관리도 철저하다. 한 식당 업주는 "(음식점 명함) 가져오면 찢어버리죠. 이건 제가 알아야 되니까 적어놓는 거지, 절대 남들한테 보여주면 안 돼요. 금액만 몇월 몇일자 적어놓기 때문에 누가 와서 먹었는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식당에 낸 선금으로 2차 술자리 계산도 가능하다. 식당 관계자는 "(안양)인덕원에 가면 술집이 많죠. 연결시켜 드릴 수가 있어요. 식당으로 끊어놔 달라고. 결제를 못 올리실 테니까… 저한테 얘기를 하시면 모시고 딱 내려서 모시도록 준비를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를 직접 확인해 봤다. 건물 지하 주차장 곳곳에 식당별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다. 잠시 기다리자 손님을 태운 승합차가 빠져 나간다. 인덕원 모 주점 앞. 도우미 아가씨들이 술집으로 들어간다.

인덕원의 주점 종업원은 "기관분들 모시고 하는데 표시는 안 나나요?"라는 물음에. "안 납니다. 저희 쪽에도 청장급이나 공무원들 많이 오시거든요. 저희같은 경우엔 왠만해선 거의 다 해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주점 명함은 앞면과 뒷면이 달랐다. 한쪽은 주점이지만 다른 쪽은 음식점 명함을 사용한다. 돈을 낸 기업체에겐 주점이 아니라 식당 영수증으로 끊어주는 친철까지 베푼다.

주점 종업원은 "나이드신 분들은 화끈하게 즐기시는걸 원하시니까 북창동식으로 가는 게 낫고, 1명당 6만원이니까 아가씨만 30만원 들어가죠"라고 했다. "2차를 나가거나 해요?"라는 물음에는 "네, 2차도 많이 하세요"라고 답했다.

식사비에 술값까지 주고 받는 건 엄연한 뇌물이다. 공무원 접대비는 지난 2003년 제정된 대통령령에 따라 1인당 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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