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삼성 통신기술 침해" 삼성 첫 승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처음으로 이겼다. 2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애플의 아이폰4와 아이패드가 삼성전자의 3세대(3G) 이동통신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애플이 사용한 인텔 부품이 삼성에 특허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특허 침해라는 것이다. 다만 인텔 대신 퀄컴 부품을 쓴 애플의 최신 모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는 퀄컴이 삼성에 특허료를 이미 지불했기 때문에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애플이 4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이 가운데 하나인 ‘제어정보신호 전송 오류 감소를 위해 신호를 부호화하는 방법’을 애플이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판매금지나 수입금지 소송에서 삼성이 이긴 적은 있지만 본안 소송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 세계 9개국에서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 나온 것으로, 올해 초 독일 만하임 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 삼성전자가 낸 특허 침해 소송을 기각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로 애플이 무선통신기술 관련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애플이 해당 제품 판매로 삼성에 입힌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과 특허 침해에 따른 보상 문제를 논의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항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두 회사의 특허전쟁은 애플이 지난해 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통신특허를 침해했다고 맞대응하면서 판이 커졌다. 삼성은 스마트폰 사용방법(UI)과 태블릿PC 디자인을 바꿔가며 애플의 공세를 피했다. 애플은 삼성의 특허가 통신기기를 만들 때 꼭 필요한 ‘표준특허’라 적정한 특허료만 내면 누구나 쓸 수 있고, 부품 제조업체가 이미 특허료를 냈기 때문에 침해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삼성의 주장이 힘을 얻어 미국·한국 등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승리로 애플과 타협할 여지가 생겼다”며 “삼성이 애플로부터 특허 사용료를 받고 서로 특허를 사용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으로 특허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10월 노키아가 애플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소송전은 1년8개월을 끈 끝에 애플이 특허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