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로 바이오수소 생산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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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환경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CO)를 먹고 녹색에너지 수소(H2)를 배출하는 착한 미생물이 있다. 이름은 서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 남태평양 수심 1650m 심해에 있는 뜨거운 바닷물이 뿜어져 나오는 열수구에 달라붙어 사는 미생물이다. 2002년 미생물을 처음 발견한 한국해양연구원 탐사선 ‘온누리호’ 이름을 땄다.

 해양연구원은 이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수소 생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1t 규모의 생물반응기를 이용하면 일산화탄소를 원료로 해 하루 10㎏의 바이오수소를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일산화탄소를 이용한 바이오수소 생산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다. 해양연구원은 바이오수소를 실제 생산해내기 위해 5L, 30L, 300L짜리 생물반응기도 구축했다.

 일산화탄소는 국내에 풍부한 가스다. 국내 대형 제철소 3곳의 제련과정에서 생기는 일산화탄소가 연간 약 300만t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제철소가 열원으로 재활용되지만 나머지는 공기 중으로 버려진다. 버려지는 일산화탄소로 바이오수소를 생산한다면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게 돼 일석이조다. 그동안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원료로 생산해 왔다.

 해양연구원은 2018년까지 연간 1만t의 바이오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1만t은 국내 수소 수요의 약 5%에 해당한다. 이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할 경우 4만 가구에 1년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수소자동차 5만 대가 1년 동안 운행할 수 있는 양과도 맞먹는다.

 연구팀을 이끈 해양연구원 강성균 박사는 “이번 바이오생산 기술은 국내 연구진이 10년에 걸쳐 이룩한 원천기술”이라며 “수소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춤으로써 조기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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