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들은 막걸리 이틀이면 다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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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막걸리와 재즈의 만남-.’ 어감만으로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둘의 결합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한 해 2만 병을 만들어 보통 막걸리보다 30% 정도 비싸게 받는데도 시장에 나오면 이틀 안에 동이 난다.

 매년 10월 경기 가평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때 선보이는 ‘재즈 막걸리’가 그것이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페스티벌에 참여할 국내외 아티스트가 결정되면, 이들의 대표곡 30여 곡을 골라 CD를 만든다. 이를 가평군의 막걸리 생산업체인 ‘우리술’이 공장 막걸리 숙성실에서 일주일 동안 튼다. 재즈도 보통 재즈가 아닌 ‘호화 연주자’들의 곡을 들으며 막걸리가 익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막걸리는 페스티벌 개막과 함께 행사장에서 판매한다.

 2010년 처음 등장한 재즈 막걸리는 첫해 탄산, 지난해엔 흑미와 보리를 첨가하는 식으로 매해 맛을 바꾸고 있다. 올해는 잣을 넣어 만든다.

 재즈 막걸리 아이디어를 낸 이는 자라섬 페스티벌의 인재진(47) 총감독. 10년쯤 전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열린 재즈 페스티벌에 가서 보고 배운 생각이었다. 행사 현장에서 한국 출신 유명 재즈 가수 나윤선(43)의 이름을 딴 ‘나윤선 와인’을 발견한 것. 그는 당시 마셨던 나윤선 와인의 라벨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나윤선과 인 감독은 2010년 결혼까지 했다. 인 감독은 “와인 안에 음악과 스토리가 동시에 있었다”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청중이 음악뿐 아니라 스토리와 추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즈를 듣고 익은 막걸리를 마시며 재즈를 감상하면 그야말로 재즈에 푹 젖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올해 페스티벌은 10월 12~14일 열린다. 재즈계의 ‘올스타 밴드’로 불리는 ‘듀크엘링턴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해외 20개 연주팀의 출연이 확정됐다. 올해의 ‘재즈 막걸리’는 이 음악을 듣게 된다. 인 감독은 “나중엔 출연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 재즈 막걸리 종류를 다양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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