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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대비 학습능률 높이는 기억법

중앙일보

입력

“고구려-연합한-돌궐이랑 백제 랄랄랄라-
수와 신라-(동요 ‘고기를 잡으러’ 멜로디)”김예슬(서울 양동중 2)양이 스스로 만든 기억법을 활용해 공부하고 있다. 김양은 이와 같은 색다른 방법으로 지난 중간고사부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자 고사성어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외우고 과학은 이미지 연상법으로 공식을 암기했다. 복잡한 국가관계가 등장한 국사 과목은 노랫말에 내용을 넣어 외웠다. 김양은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에서 각국의 관계가 복잡해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며 “동요의 노랫말을 바꿔 고구려가 견제한 수와 신라, 고구려와 연합한 돌궐과 백제를 대입해 쉽게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 덕에 성적도 훌쩍 올랐다. 지난해 기말고사에서 80점 초반이었던 평균성적이 지난 중간고사 때 93점으로 상승했다. 늘 어려움을 느꼈던 국사 시험에서도 92점을 받았다. 김양은 “원래 외우는 데 자신이 없었는데 기억법을 익히고 난 뒤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번 기말고사엔 영어와 국어의 암기 내용을 스토리텔링법으로 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양이 익힌 기억법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것이다. 숭실대 CK(Creative Knowledge)교수학습계발연구소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양동중 2학년 25명을 대상으로 총 20차시에 걸쳐 진행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 중 2차시에 걸쳐 기억력 훈련이 실시됐다. 프로그램을 총괄한 숭실대 강형구 선임연구원은 “기억력 훈련은 자기주도학습능력에 필요한 인지영역 중 주의집중능력에 속한다”고 말했다. “외워야 하는 부분을 학생 스스로 판단해 추출한 뒤 이를 재조합하기 때문에 무작정 외우는 잘못된 암기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핵심을 선별해 머릿속에 정리하고 외우는 과정에서 정보조작능력과 연상능력이 향상 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기억력 훈련법엔 이미지 상징화, 연상결합 법칙, 스토리텔링 등이 있다. 이미지 상징화는 복잡한 여러 종류의 이미지를 간단하고 추상적인 하나의 이미지로 축약해 기억하는 방식이다. 전체 이미지 중 한 부분만 크게 확대해 기억하는 식이다. 사물의 특징이나 오감을 활용해 단어를 암기하는 방법도 있다. 연상결합 법칙이다. 각 사물의 특징을 결합해 단어를 암기하거나(ex)긴 토끼 귀로 손잡이를 만들다) 시각과 촉각 등 오감을 동원해(문턱에 꿀이 묻어 끈적하다) 단어를 암기하는 식이다. 스토리텔링은 가장 무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억법이다. 머릿속에서 연상결합 법칙을 활용해 떠오르는 사물을 이야기처럼 이어간다. 서로 연관 없는 단어나 개념을 외울 때 그 특징이나 오감을 활용해 이야기로 만들어 외우는 식이다. 예를 들어 토끼·손잡이·문턱·꿀을 외우려면 ‘토끼 귀로 만든 손잡이를 열자 문턱에 꿀이 묻어 끈적거렸다’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눈으로 읽기와 소리 내 암기하기 1대 4로 배분

학생들은 기억법의 원리를 익힌 후 교과내용과 연계해 실전에 활용한다. 고도열(서울 양동중 2)군은 식용유와 물의 비열을 암기하는데 스토리텔링법을 사용했다. 식용유와 물을 ‘비열형제’로 이름 붙인 뒤 물을 형으로, 식용유를 동생으로 정해 형인 물이 1kcal 더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꾸몄다. 강영희(서울 양동중 2)양은 법흥왕의 업적을 유머 연상법을 활용해 암기했다. 자신의 특성을 파악해 암기와 연결하면 효율이 향상되기도 한다. 강 연구원은 “김예슬양은 사전에 실시한 검사에서 음악지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이를 활용해 노랫말로 기억하는 방식을 익혀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교과학습에 도움이 되는 기억법의 가치는 필요할 때 얼마나 잘 기억을 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TMD교육 윤정은 서초센터장은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에 저장한 뒤 원하는 만큼 밖으로 출력(기억)할 수 있을 때 까지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억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므로 몰랐던 부분을 재입력하는 과정이 필요 하 다” 고 강조했다.

기억력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반복이다. 외워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적절하게 선정한 뒤 자신에게 적합한 기억법을 찾고 개발해야 한다. 윤 센터장은 시험 직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억법 요령으로 ▷오감을 사용할 것 ▷타인에게 강의할 것 ▷암송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오감을 사용하는 암기는 머릿속에 있는 학습내용을 손가락으로 써보거나(촉각과 시각) 소리 내 읽거나(청각)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 등을 뜻한다. 눈으로 교과서나 노트를 훑어보기만 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외우는 데 유용하다. 익숙해지면 머릿속에 있는 학습내용을 교재나 노트를 보지 않고 오감으로 표현해 본다.

타인에게 강의하는 방식의 기억법은 집중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내용 전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후 과정을 파악해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를 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고민 덕분에 기억에 더 오래남는다. 묵독과 암송을 활용하는 기억법은 학습심리학자 게이츠가 고안했다. 눈으로 읽은 묵독과 소리 내 암기하는 암송을 1대 4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한번 읽고, 네 번 반복해서 쓰거나 소리 내어 외우는 식이다. 윤 센터장은 “공부한 내용을 그 자리에서 바로 외우거나 점검하면서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기억법 활용해 공부한 뒤 성적이 향상됐어요.” 김예슬양이 자신이 만든 교과별 기억법 자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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