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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정치인 '킬러'와 딱 만난 이석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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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은석 지청장

통합진보당 이석기(50·비례대표) 의원의 ‘선거 홍보비 사기 의혹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광주지검 순천지청과 통진당 간의 공방이 거세다. 특히 이번 수사를 놓고 검찰 수뇌부는 내심 쾌재를 부르는 반면 통진당은 “전형적인 표적수사”라고 맞서는 등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왜 이런 걸까.

 17일 검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비리 수사에 착수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당원명부 등 자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와중에 의혹의 중심으로 떠오른 선거홍보 대행업체 CNC(씨앤커뮤니케이션즈·옛 CNP전략그룹)로 수사를 확대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는 물론 4·11 총선 등에 통진당 후보로 나선 출마자들은 이 의원이 설립한 CNC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는 CNC에 대한 전면 수사 착수 여부를 놓고 극도로 말과 행동을 조심해 왔다. 자칫하면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순천지청의 수사로 인해 갑자기 판이 달라졌다.

검찰은 일단 “서울중앙지검의 통진당 경선 비리 수사와 순천지청 수사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반기는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가려운 데 등 긁어 준 격”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뇌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하고 있던 차에 통진당 내 ‘종북(從北)’ 의혹의 핵심인 이 의원을 직접 겨냥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니 반갑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 측과 통진당 옛 당권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과 함께 옛 당권파 핵심인 김선동(45·순천-곡성) 의원은 16일 “7~8월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싶은 일개 지청장의 출세욕이 빚은 무리하고 과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은석(47·사법연수원 19기) 순천지청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에 대해 순천지청 측은 “이번 수사는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수사 과정에서 단서가 나온 것”이라며 “범죄 단서가 있는데 수사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청목회 수사 지휘 조은석 지청장이 사령탑=통진당 옛 당권파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조 지청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그는 199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 시절 ‘경성사건’ 재수사로 정대철 전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 명을 기소했고 2003년 나라종금 사건 때 한광옥(구속) 대통령 비서실장,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일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을 사법 처리했다. 썬앤문 사건, 대선자금 사건, 대양상호신용금고 사건 등에선 신계륜 전 의원, 김방림·이양희 의원을 기소했다. ‘거물급 정치인 저승사자’로 통한다. 2010년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던 ‘청목회’사건 당시에는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6명의 현직 의원을 기소한 뒤 1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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