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없이 80개 본부 직접 보고받아 … 애플식 혁신 배워 회사 흑자 전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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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호 24면

요즘 국제 자동차 업계의 스타 경영자로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이끄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60)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계 캐나다인인 그는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일벌레다. 연간 휴가는 닷새 남짓. 회사를 수평 조직으로 뜯어 고쳐 80개 본부의 보고를 몸소 받는다. 평소 e-메일 확인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5대 들고 다닌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피아트ㆍ크라이슬러를 비롯해 농기계 업체 CNH, 이사회 멤버인 UBS 은행과 이동 중에도 긴밀히 소통하기 위해서다. 주당 80시간 가까이 일한다는 그는 2009년 미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 선정 ‘세계에서 가장 일 많이 하는 CEO’에 뽑히기도 했다.

일벌레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

그의 머릿속에는 미 애플의 성공 스토리가 가득 들어 있을 것이다. 기울던 PC 회사에서 주변기기인 아이팟으로 회생한 뒤 아이폰·아이패드 등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애플의 대변신 전략을 피아트에 접목시켰다. 2004 년 말 누적 적자가 120억 달러(약 14조원)에 달하던 피아트를 맡자마자 임직원들에게 아이팟의 성공 비결을 공부하도록 독려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차가 2007년 선풍적 인기를 끈 소형 ‘피아트 500’이다. 그는 이 차를 ‘피아트의 아이팟’이라 불렀다. 애플처럼 인사 개혁도 단행했다. 2005년 피아트의 관리직 간부 2000여 명을 해고하면서 젊고 유능한 중간급을 간부로 과감하게 승진시켰다. 외부 인사도 적극 발탁해 재량권을 대폭 부여했다. 이 결과 2년 만에 4억 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크라이슬러에도 이 방식을 접목시켜 흑자를 냈다. 공인회계사인 그는 캐나다 요크대학을 나와 윈저대학 경영학 석사를 했다.

주로 유통업체와 로펌에서 경력을 쌓던 그가 자동차 업계에 들어선 건 2003년이다. 피아트 재무-전략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돼 이듬해 CEO에 올랐다. 2009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업계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 크라이슬러에 이어 올해 피아트 차도 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한국 지사장을 선임할 때는 여러 사람을 직접 면접까지 봤다. 통상 국내 수입차업체 대표는 본사가 간여하지 않고 지역본부장이 선임하는 관례에 비춰 이례적이었다. 결국 닛산코리아 사장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영업본부장을 지낸 그레그 필립스(57)를 낙점했다. 필립스는 알아주는 한국통이다. 주한미군 장교로 한국에서 10년 이상 복무한 뒤 1990년대 중반 예편해 대우자동차와 혼다ㆍ닛산 미국법인에서 영업을 담당했다. 마르치오네는 필립스에게 “한국 수입차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의 하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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