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푸틴 ‘허니문’ 왜 없나 했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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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푸틴(左), 오바마(右)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다시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양국 정상은 18~19일 멕시코 로스 카보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3년 만에 만나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충돌하는 가장 큰 현안은 시리아 사태다. 미국에서 선봉에 선 것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에 공격용 헬기를 공급해 충돌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란을 방문 중이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3일 “우리는 민간인을 공격할 무기를 시리아에 공급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위험한 무기를 (중동)지역에 일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당사자는 바로 미국”이라고 반격했다.

 클린턴 장관은 곧바로 반박을 내놨다. 그는 같은 날 국무부에서 인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러시아는 (시리아가) 평화와 안정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지금 당장 건설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이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문제에 있어 미국이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연이틀 이어진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중 가장 날카로운 공격이며, 우연이 아니라 계획적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미·러 외교수장들의 이런 날 선 공방 뒤에는 양국 정상의 고민이 숨어 있다는 것이 로이터 통신의 설명이다.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리아 사태는 기회이자 시험대다. 2009년 리셋 외교(관계 재설정) 이후 러시아에 무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공화당에 더 이상 공격의 빌미를 줘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새 임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 ‘반푸틴 시위’ 등으로 내정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외치에서까지 미국을 배려하거나 양보하는 것은 곧 나약함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인식이다. 리비아에서처럼 서방의 주도로 정권이 축출되면 무기 수출 등으로 시리아에서 유지하고 있던 영향력도 사라지게 된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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