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외래어 남용, 우리말 없어질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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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청계천을 찾은 연변일보 김성광 편집국장(왼쪽)과 정영철 정치부장이 과거와 달라진 서울의 모습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가장 달라졌다고 느낀 점은 서울의 공기입니다. 20년 전에는 시내에 나가면 트럭과 버스의 배기 가스가 코를 찔렀어요. 지금은 확실히 공기가 좋아졌습니다.”

 20년 만에 서울을 방문한 중국 연변일보 김성광 편집국장의 말이다. 김 국장은 “특히 일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인상적”이라며 “정책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연변일보 정영철 정치부장과 함께 지난달 17일부터 한 달 간 한국에 머물렀다. 중앙일보와 연변일보의 취재·인적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두 사람은 서울·여수·전주를 오가며 국내 언론사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이모저모를 둘러봤다.

 정 부장은 2007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줄서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사람들이 마구 비집고 들어가곤 했는데, 지금은 질서정연하게 우측 통행을 한다”고 했다.

 김 국장은 20년 전 학생 자격으로 연세어학당을 다녔다. 그는 그때와 달라진 풍경으로 커피숍을 꼽았다. “그때는 연세대 앞의 독수리 다방이 만남의 장소였다. 이번에 가보니 없어졌더라. 대신 여기저기 커피숍이 생겼다. 다방은 뭔가 안으로 숨겨져 들어앉은 분위기였는데, 커피숍은 노천에도 자리가 있고 밖으로 드러나 있다. 유럽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통해 한국 사람의 생활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게 보인다.”

 한 달 간 한국에서 생활하며 크게 불편했던 점도 있다. 바로 외래어다. 정 부장은 “우리말에 그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종종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다”며 “출판물도 그렇고, 바깥에 어떤 내용을 고시할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외래어 사용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나중에 우리말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한국 드라마도 꼬집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연변에서 무척 좋아했다. 3대가 모여 사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정서가 녹아 있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 드라마는 사돈끼리 결혼하고, 배다른 남매가 연애하고 참 이상하다. 그런 걸 보다 보면 ‘한국에는 실제 이런 일이 많은가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여수엑스포를 둘러본 소감도 들려줬다. “여수엑스포에서 입구 천장에 만든 대형 스크린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물 애니메이션이 관람하던 어린이들과 교감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 미래지향적인 주제가 참 좋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이 밖에서 오랫동안 줄을 서는 걸 보고 해결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취재 카드를 보여주고 먼저 입장했지만, 두 번째부터 미안해서 밖에서 줄을 섰다.”

 이들은 “연변이 북방이라 더 덥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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