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보스턴, '선발투수 무한경쟁'

중앙일보

입력

2001시즌을 맞는 보스턴의 선발투수진에는 지난 해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그것은 예상되는 선발 투수 5인 로테이션중에 페드로 마르티네즈(29)를 제외한 4명의 투수가 모두 지난 해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 해와 변하지 않은 점이 또한 있다. 그것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페드로를 제외하고는 믿을만한 투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2001시즌을 맞는 보스턴에는 1선발투수로서 의문의 여지가 없는 마르티네즈와 마이너리그 포투켓으로 떨어질 것이 거의 확실한 김선우를 제외한 총 8명의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그 8명 중에는 왕년에 잘 나가던 스타도 있는 반면 빅리그 경력이 일천한 신인급 선수들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는 선발투수경쟁이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선발투수 후보들이 하나같이 미덥지 못한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년 동안 무려 49명의 투수들이 거쳐갔던 보스턴 마운드에 과연 올시즌 어떤 선수들이 선발경쟁을 하고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한다.

1. 브렛 세이버하겐(36)

99시즌을 마치고 찾아온 어깨부상으로 인해 지난 시즌을 공쳐야만 했던 세이버하겐은 올 시즌을 부활의 해로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중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의 페이스는 상당히 좋아보인다.

현재 떨어진 체력보강과 가벼운 송구 등의 훈련을 하면서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주위에서는 3월에 접어들면 피칭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그가 선발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데는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부상의 후유증 외에 36살이라는 그의 나이도 걸리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선발진입 여부는 시즌이 개막되기 전까지 과연 80-9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어깨를 만들 수 있는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2. 데이빗 콘(37)

지난 시즌 콘은 예전의 콘이 아니었다. 특히 체력적인 부분에서 큰 문제를 나타내었는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좋은 제구력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2000시즌 그는 불과 54%의 초구 스트라이크을 기록했을 뿐이었고, 송곳같이 예리했던 그의 투구는 타자들이 딱 치기 좋을 정도로 밋밋하게 변해있었다.

그래서 콘은 오프시즌 동안 체력훈련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땀을 흘렸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 선발진입이 가능하겠지만, 훨씬 굵어진 그의 근육은 부활의 좋은 징조를 나타냄에는 분명할 듯 싶다.

3. 프랭크 카스티요(31)

지난 시즌 토론토에서 10승 5패, 방어율 3.59를 기록하며 좋은 피칭을 선보였던 그는 분명히 6-7이닝 정도는 무난히 막아낼수 있는 좋은 선발투수이다. 그의 강점은 효율적인 피칭을 하며 기복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올시즌 그의 선발진입의 장애물이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이고, 또 하나는 한 시즌을 버틸수 있는 체력에 대한 문제이다. 지난 3년동안 후반기에 22번밖에 선발로 등판하지 못할 정도로 시즌 후반기 체력저하를 나타내고 있는 카스티요가 과연 어떻게 한 시즌을 잘 마칠수 있을 것인가가 그의 선발로테이션 진입의 열쇠인 듯 하다.

4. 노모 히데오

노모가 최근 몇년 동안의 부진의 요인 중 가장 큰 것으로 아마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가 L.A.시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통해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후 그의 폭포수 같은 포크볼로 타자를 유인하여 헛스윙을 유도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노모는 그러나 지난 1-2년동안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며 불리하게 카운트를 이끌리다가 결국 난타 당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불리한 볼카운트는 그의 투구수를 늘어나게 해서 일찍 체력이 소진되는 문제점에 노출하였다.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노모로서 타자들이 포크볼에 따라오게 하려면 유리한 볼카운트는 필수이다. 불리한 볼카운트는 그의 포크볼을 버릴 수 있다는 여유를 타자들에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시즌 그의 활약여부도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 롤란도 아로호(32)

지난 시즌 보스턴의 실질적인 2선발 역할을 했던 그였지만 사실 지난 시즌의 그의 피칭은 만족할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10승 11패, 방어율 5.63은 결코 믿을만한 선발투수의 성적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직구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그의 피칭 중 직구의 비율은 무려 72%에 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직구를 가지고 있는 페드로 마르티네즈도 피칭 중 직구 비율이 49%정도 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로호의 직구에 대한 의존도는 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올시즌 그에게 있어서 직구의 비율을 낮추고 예리한 변화구를 첨가하지 않는다면 보스턴 선발 로테이션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어려울지도 모를 일이다.

6. 팀 웨이크필드(34)

그의 너클볼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다. 그리고 그도 역시 보스턴의 선발후보 8명중 한명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구단에서는 그에게 선발투수로서의 활약보다는 99년 때와 같이 선발, 구원을 넘나드는 전천후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듯 하다. 아마도 그의 보직은 다른 선발후보들의 컨디션 여하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7. 토모 오카(24), 팩스턴 크로포드(23)

지난 시즌 각각 3승과 2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내비쳤던 두 보스턴의 유망주들에게 올시즌은 기회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얻었던 빅리그의 경험은 올시즌 도약의 좋은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둘 다 직구와 스플리터성의 체인지업 외에는 이렇다할 변화구 주무기가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슬라이더나 커브, 포크볼 등과 같은 변화구를 보강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물론 경험도 더 많이 쌓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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