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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억 명 앓는 자폐증, 질병 유전자와 치료법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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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폐증 환자들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도 무관심하고, 장시간 문을 반복적으로 여닫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자폐증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사례가 많은 질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심각한 뇌질환이다. 국내에도 장애등록을 한 환자는 18만 명(복지부 통계)이지만 상당수가 치료를 받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유전자가 자폐를 유발하는지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지 못해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도 어려웠다. 이 같은 자폐증 치료에 획기적인 길이 열렸다. 서울대 강봉균(50) 교수와 연세대 이민구(47) 교수, KAIST 김은준(47) 교수 공동 연구팀은 13일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자폐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밝혀냈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 14일자에 소개된다.

 연구팀은 먼저 자폐증을 앓는 생쥐를 만들었다. 생쥐 뇌 신경세포 속 시냅스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크2
(Shank2)’라는 유전자를 빼냈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에 자폐증을 앓는 사례가 많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유전자가 자폐를 일으키는 원인인지 확증은 없는 상태였다.

 생크2 유전자가 제거된 생쥐는 인간 자폐 환자들과 거의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생크2 제거 생쥐는 해마 속 시냅스가 손상돼 신경 신호전달 능력도 떨어졌다. 해마는 대뇌의 양쪽 측면에 있는 뇌 부위로 기억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등 중요한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생크2가 자폐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또 자폐를 치료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도 알아냈다.

 자폐 생쥐가 이상행동을 멈추고 다른 생쥐들과 잘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 뇌 신경 세포의 신호를 전달하는 부위(NMDA)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을 썼다. 다른 부위(mGluR5)를 자극해 간접적으로 NMDA의 활동을 강화하는 방법도 시험했다. 그 결과 NMDA를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신경 신호전달 부위를 직접 자극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김은준 교수는 “기존 약물이 자폐 환자의 반복 행동만을 감소시키는 데 비해 이 치료법은 사회성까지 개선할 수 있어 자폐 치료에 새 장을 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폐증(自閉症, autism)=대인관계를 잘하지 못하며 반복행동, 정신지체, 불안, 과잉행동 등을 동반하는 뇌 질환이자 발달장애다.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유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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