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 김혜경 사장 취임

중앙일보

입력

단행본 출판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출판사 푸른숲의 김혜경(金惠景ㆍ46) 사장이 최근 인터넷 서점 북토피아(http://www.booktopia.com)의 키를 잡았다.

김 사장은 10년 전 적자에 허덕이던 푸른숲을 인수, 6개월만에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강풍으로 출판사들이 가을 낙엽처럼 떨어질 때도 오히려 흑자 규모를 늘려 출판계에서는 ''야무진 경영인''으로 통하고 있다.

공채 출신으로 현대에 입사해 정주영 명예회장의 비서를 지내기도 했던, 출판계에서 보면 ''굴러들어온 돌''이었던 그가 지난해 말에는 국내 출판기획사 1호 ''마음산책''을 전액 출자로 설립해 또 한번 출판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5월 단행본 출판사 106개와 다수의 작가들이 주주로 참여해 출범시킨 자본금 51억원의 인터넷 서점 북토피아의 대표로 취임,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시험대에 다시 올려놓은 것이다.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북토피아 대표로 선임되고 나서 잠이 안 왔습니다. (나의 능력을) 과대평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그가 북토피아에 거는 각오와 기대는 대단하다.

''북토피아의 출발 자체가 국내 출판계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북토피아의 성공 여부가 출판계가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와 동일한 문제입니다'' 김 사장은 출판사 업무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북토피아에만 전념, 손색없는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로 인해 20여년간 사회생활에서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를 느낀 적은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한다.

''여성이어서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여깁니다. 특히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디지털 시대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동화를 동영상 프로그램의 일종인 ''플래시''(flash)와 텍스트 서비스인 PDF로 구현한 ''어린이 멀티미디어 동화''를 개발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업.

국내의 유수 화가들과 성우들을 참여시키고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 교육적 효과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신상품으로 만들어 다음달께부터 어린이집, 유아원, 초등학교 등에 우선적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에 「국화꽃 향기」 등 대중소설과 판타지 소설류로 이뤄진 콘텐츠를 공급하는 ''모바일 서비스''도 주요 사업중 하나로 빠르면 이번주 내에 휴대전화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북토피아의 기존 사업인 인터넷 서점도 주주 출판사들의 재고도서 특가 판매, 신간 도서 내용 미리보기 서비스, 키워드 검색 기능 등 다른 인터넷 서점들과 차별화되는 각종 방안들을 통해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올 하반기에는 북토피아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전자책 시장과 인터넷 서점계의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야무진 인상을 주는 김 대표가 지휘하는 북토피아의 성공적인 항해 여부에 또 한 번 출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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