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리원전 1호기 신중히 재가동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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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고리원전 1호기를 특별 안전점검한 결과 장비와 시설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판정했다. 다만 “고리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 문화는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7년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앞두고 200여 명의 전문가가 모든 부분을 샅샅이 살폈던 만큼 IAEA 점검 결과는 예상대로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짜맞추기식 조사며 뻔한 답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IAEA 특별점검은 의무가 아닌데도 우리 스스로 요청했던 사안이다. 점검 결과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그 의미까지 함부로 폄하(貶下)할 일은 아니다.

 이제 고리 1호기의 운명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판단에 달렸다. 원자력안전위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안전성을 최종 검토한 뒤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한 감사원이 고리 1호기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며, 사고 은폐와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원자력안전위의 판단에 따르는 게 옳다고 본다.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후쿠이(福井)현 오이(大飯)원전 3, 4호기를 재가동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지 않았는데도 지난 7일 예비전력이 350만㎾까지 떨어져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불안한 상황은 대형 화력발전소들이 완공될 201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전 사태와 사고 은폐를 방치한 채 원전 지상주의를 외치는 것도 문제지만, 환경 근본주의에 매몰돼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집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원자력안전위의 냉철한 판단에 맡겨야 한다. 설사 재가동이 허용되더라도 기술적 판정에 불과할 뿐이며,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한수원은 섣불리 재가동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어업권 보상 등 주변 주민들의 불만을 최대한 다독이고, 국민 정서도 신중하게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해도 결코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