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찾아달라" 신고한 의붓아버지 알고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경찰이 '공덕역 여대생 실종사건' 글을 올렸던 여대생의 의붓 아버지를 가혹행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공덕역 여대생 실종사건'의 당사자인 여대생 A(19)씨를 수년간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A씨 어머니의 동거남인 김모(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동거녀의 딸인 A씨를 상대로 수년 전부터 가혹 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A씨 어머니의 동거남으로 지난 9일 ‘공덕역 인근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실종된 20대 여성을 찾아달라’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인물이다. 김씨는 A씨의 인적사항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며 “딸이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아르바이트하러 나갔다가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딸이 사라지자 와이프가 자살 기도까지 해 혼수상태로 지내다 깨어났다”면서 “(딸이) 실종됐는데도 경찰이 단순 가출로 보고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지난 주말 ‘공덕역 실종사건’으로 불리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이외수씨와 가수 허각씨 등이 A씨를 찾아달라는 글과 사진을 리트윗하자 급속히 확산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처음 실종신고를 할 때부터 단순 가출임을 강조하고, 어머니가 참고인 진술을 거부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며 ”A씨의 가출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가혹행위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가혹행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려 달아난 의붓딸의 소재를 파악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김씨가 자신의 가혹행위가 들통날까 두려워 A씨를 찾으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김씨가 평소 컴퓨터 게임에 과도한 집착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A씨를 찾아달라는 글을 최초로 올린 곳도 게임 관련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는 사이트였다. 한편 A씨는 집을 나간 뒤 경기도 안산의 친할머니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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