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유산균이 여드름·아토피도 잡아준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러스트=강일구]

70년 전 미국의 피부과 의사인 존 스토크스와 도널드 필스베리는 ‘뇌(brain)-장(腸·gut)-피부(skin) 상관이론’을 주장했다. 뇌·장·피부가 연결돼 있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만3000여 명의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여드름(피부) 때문에 고민인 청소년이 변비, 구취,위식도 역류 등 위장관 증세를 더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중국 학자의 연구 결과(?피부과학회지?2008년)가 이를 뒷받침하는 한 예다.

이 이론은 다음 네 단계로 구성된다. ①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장내 세균의 균형(유익균 대 유해균)을 깨뜨린다(장에서 유익균의 비율 감소, 유해균 비율 증가)→②과잉 증식된 유해균이 장내 방어벽(intestinal barrier)을 무너뜨려 신체 면역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친다→ ③자극을 받은 면역시스템이 피부 염증을 유발, 여드름·주사(코·이마·뺨 등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질환) 등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다→④장내 세균들이 다시 건강한 균형을 이루면서 피부 상태가 개선된다 등이다.

최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유산균학회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선 이 이론을 근거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일본 도호쿠 대학 사이토 다다오 교수는 피부 트러블의 개선책으로 유산균 섭취를 제안했다. 생균제와 유산균 등이 함유된 요구르트를 꾸준히 즐겨 마시면 신체의 염증과 유해(활성)산소를 줄이고 혈당을 조절하며 혈중 지방농도를 낮추고 기분(mood)이 업(up)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료원 아토피천식센터 김현정 박사는 LGG 유산균의 아토피 피부병 개선 효과에 해 발표했다. 그는 핀란드 연구진의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LGG 유산균을 섭취한 아이의 아토피 발생률은 섭취하지 않은 아이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LGG 유산균은 1980년대에 미국 터프츠 의대 교수인 고르바와 골딘 교수가 처음 찾아낸 유산균의 일종이다. 유산균을 뜻하는 L(락토바실러스)에두 발견자의 이름 첫 자를 붙여 명명됐다.

김 박사는 “임신 중엔 엄마가, 출생 후엔 아기에게 LGG 유산균 가루 250㎎을 모유에 타서 먹이면 아이의 아토피 발생률을 30% 이상 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 모두가 아토피를 앓은 경험이 있으면 아이가 대물림할 확률이 50~80%에 달한다며 유산균 섭취를 추천했다.
 
아토피는 신체의 면역시스템이 고장 나서 생기는 병이다. 면역력도 자주 ‘운동’을 시켜야(자극을 받아야) 튼튼해진다는 것이 ‘위생가설’이다. 어릴 때 흙이나 개 등 애완동물을 만지고 놀아서 이런저런 세균들에 감염되면 때마다 면역시스템이 작동해 면역력이 계속 화된다. 반면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아이는 면역시스템이 늘 빈둥거리고 지내 진짜 필요할 때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유산균이 면역시스템을 자극하는 흙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위생 가설’이나 ‘뇌·장·피부 상관이론’은 아직 찬반양론이 있다.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도 “유산균이 피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결정적인 근거는 부족해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인 것은 분명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적당량 섭취했을 때 건강에 유익한 세균을 가리키며 유산균 외에 청국장균도 여기 해당한다. 유산균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다양하다.

심포지엄에서 경희대 약대 정세영 교수는 LGG 유산균의 호흡기 감염·감기 예방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감기는 물론 여행자 설사·항생제 복용 후의 설사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유산균의 웰빙 효과는 장을 정화하는 정장(整腸) 작용이다. 우리 장은 약 1㎏에 달하는 세균이 사는 곳이고 여기엔 유산균 등 유익균과 병원성 대장균 등 유해균이 공존한다. 둘 중 어느 쪽 비율이 높으냐에 따라 장 건강은 물론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해균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변비·설사·장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프로바이오틱스인 유산균을 발효유·김치·치즈 등을 통해 꾸준히 즐길 필요가 있다. 이때 프로바이오틱스의 성장을 돕는 식품 성분인 식이섬유·올리고당 등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