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세계 IT기술 시험장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다녀왔다. 나를 포함해 ''세계 기술개척자 1백인'' 을 처음으로 선정한 데서 알 수 있듯 올해 행사에서는 IT분야가 최대 화제였고,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그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발언이었다. 요점은 5년 후 아시아 시장이 인터넷을 주도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현재 세계 인터넷 인구는 4억명을 돌파했고 미국인 사용자가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내에 인터넷 인구가 10억명 규모로 늘어나고 아시아의 인터넷 사용자 비중이 50%에 이르게 되면 아시아 시장이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세계 하이테크의 본산지인 미국 실리콘밸리 핵심 엔지니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인도인과 중국인들도 본국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아시아 인터넷 시장에 대한 이같은 전망은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인터넷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다가올 아시아 주도의 인터넷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기회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향후 기업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아시아 시장을 놓고 미국.유럽의 선진 정보통신기업과 중국.일본.인도.대만.한국 등의 신흥 정보통신 기업간의 사상 유례없는 시장쟁탈전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누가 과연 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인가.

아직 기술적으로는 미국.유럽의 기업이 앞서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한국 기업들도 많은 기술과 성공사례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이미 모토로라.노키아.시스코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들은 한국을 최신기술의 시험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독자적인 연구소를 설립하는 한편 독립된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무선 인터넷 기반기술을 위한 한국 업체의 노력들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을 적용한 한국통신의 엔텀오피스는 세계적으로도 처음 적용되는 ASP 모델 사례이고, ADSL 초고속망의 급속한 보급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미국 등 선진기술에 한국의 응용기술을 적절히 접목하여 국내에서 성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일본 등 다른 아시아 기업들과 제휴하여 지역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을 기반으로 아시아 현지 기업과 적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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