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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스페인 투우 뿔은 피했지만 … 17일 그렉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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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남을 것이냐, 아니면 이전 화폐인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갈 것인가. 이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띤 그리스 2차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스는 지난달 6일 총선을 치렀으나 제1 당인 중도우파 신민당과 제2 당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 모두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해 17일 2차 총선을 치른다. 현재로선 유럽연합(EU) 등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강력한 재정 긴축과 경제개혁에 동의하는 신민당과 반대파인 시리자가 제1당 자리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시리자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와 긴축 등에 관한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공약해왔다. 반면 트로이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리자 측이 승리해 연립정권을 구성할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Greece+Exit)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민영 방송인 ‘GPO for Mega’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민당이 23.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리자가 22.1%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 중도좌파 사회당은 13.5%로 3위다. 이런 판세에서 네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먼저 국제사회가 가장 바라고 있는 결론은 신민당을 주축으로 사회당과 우파 소수 정당들이 참가하는 연정 구성이다. 이들이 EU·IMF와의 기존 협상조건을 수용하고, 경제개혁과 긴축정책을 펴면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리자가 극좌파 정당들과 연합해 집권하는 경우는 최악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진다. 시리자 측은 10일 “유럽인들이 품위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긴축정책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위기는 범유럽의 문제”라며 “지금까지 행해진 조치들은 완전히 비효율적이었으며 사회 파괴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전했다. 시리자가 기존의 공약을 버리고 중도 정부에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연정이 성립한다고 해도 오래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전처럼 테크노크라트가 한시적으로 과도정부를 이끄는 방안도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형태다. 그러나 테크노크라트 정부는 정치적 합의에 기반하지 않고, 책임이 없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에 그리스가 문제다. EU와 IMF는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될 경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10억 유로(약 1조4700억원)의 지원을 유예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는 연금 지원, 공공분야 임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ECB 부총재를 지낸 과도정부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그리스 총리는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인플레율이 30~50% 되고, 그리스 은행은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최근 경고했다. 가계 수입은 55%, 생산은 22% 감소하며 자산 가치도 절반으로 줄 것이란 전망치도 나왔다.

 반면 단기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불확실성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오래전부터 예견된 데다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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