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수 예상보다 적다"

중앙일보

입력

인간의 유전자 수가 예상과는 달리 과실파리의 두배를 조금 넘는 2만6천개에서 4만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미국 등 6개국 연구팀과 메릴랜드 록빌 소재 셀레라 제노믹스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연구팀의 연구를 통해 밝혔다.

6개국 연구팀은 15일자 네이처지(誌)에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셀레라 제노믹스의 연구결과는 16일자 사이언스지(誌)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게놈연구결과를 발표했던 두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질병유발 유전자 규명과 치료제 개발, 환경적 위험요소 규명, 인간의 진화 등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두 팀은 따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인간의 유전자 수에 대해서는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셀레라 연구팀은 인간 유전자 수를 2만6천개에서 3만9천개 사이로, 6개국 연구팀은 3만개에서 4만개 사이로 각각 추정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인간 유전자 수가 가장 3만5천개에 못미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인간 유전자 수가 최대 4만개라는 이번 연구결과는 최신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것이지만 최대 10만개에 달할 것이란 과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에 비해서는 상당히 적은 양이다.

두 연구팀이 추정한 인간 유전자 수는 소형 꽃나무인 아라비돕시스 탈리아나의 유전자 수인 2만5천개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로 작은 벌레인 C. 엘레간스와 초파리도 각각 1만9천개와 1만3천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6개국 연구팀에 참가한 화이트헤드 게놈연구소의 에릭 랜더 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인간의 유전자 수가 과실파리의 두배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당혹해할 것이며 일부는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비슷한 유전자 수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벌레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유전자 수는 인간의 복잡성을 형성하는 토대일 뿐이라면서 인간의 유전자는 벌레보다 많은 단백질을 형성하며 인간의 단백질은 하등동물의 것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인간과 동물의 차별성을 주장하고 있다.

6개국 연구팀은 또한 남성의 신체에서 여성에 비해 유전되는 변이가 두배 정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남성의 활발한 변이가 진화를 촉진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질병을 야기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유전자에 대한 분석이 진전되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규명, 각종 질병치료에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셀레라 연구팀의 피터 맥거핀 연구원도 게놈지도 작성이 끝나면 약물남용자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면서 치료약품이 교도소를 대신할 날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맥거핀 연구원은 게놈지도가 심리학과 정신병 치료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면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발견하면 반사회적 행동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거핀 연구원은 개인별로 다른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면 개인별 증상에 맞은 맞춤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다면서 게놈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이뤄지면 반사회적인 개인적 행동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대학의 정신병 전문의인 에릭 네스틀러 박사도 생물학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약물중독치료에도 유전자 치료가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게놈지도를 통해 알코올이나 약물중독의 유혹에 약한 유전자를 찾아낼 수만 있으면 치료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네스틀러 박사는 그러나 약물중독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생물학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가 약물중독에 대한 완전한 치료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약물중독을 치료는 데 큰 도움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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