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사관학교 입시 준비와 생도 생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학년 생도 정상원, 신홍연, 유재윤(왼쪽부터)씨가 학교 행사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3학년도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 원서접수가 25일부터 시작된다. 최종 합격자는 1·2차 시험을 거친 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생부를 합산해 결정된다. 이 중 1차 시험은 상위 11% 안에 들면 20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특히 중요하다. 우선선발 대상에도 포함된다. 우선선발은 수능시험을 반영하지 않고 2차 시험 100점(면접 70점+체력검정 30점)과 학생부(100점) 성적을 합해 선발한다. 1학년 유재윤·신홍연·정상원 생도에게 시험 준비법과 학교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중학교 2학년부터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공사를 선택했습니다.” 지원 이유를 힘주어 말하는 신홍연(18)씨는 여생도다. 일반대학에는 아예 원서조차 내지 않았다. 그는 비평준화 지역 학교를 다녀 내신이 불리했다.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1차 시험에서 상위 11% 안에 들어 가산점을 받는 것뿐이었다.

 3단계로 준비 계획을 세웠다. 시험 두 달 전까지는 수능과 사관학교 시험 준비를 8대 2로 했다. 시험 한 달을 앞두고는 5대 5, 2주 전부터는 3대 7의 비율로 준비를 했다. 일요일 마다 사관학교 기출문제를 시험 시간표에 맞춰 풀었다. 시험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평일에는 오답을 분석하고 정리했다. 신씨는 “1차 시험은 수능 유형과 비슷하지만 수리 영역은 난도가 높아 사관학교 기출문제뿐 아니라 고난도 유형의 수학문제를 함께 풀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공사에 입교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기본군사훈련을 받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고된 훈련을 받으며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인지 깨달았다. 대학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매일 비슷한 일과에 답답함도 느꼈다. 그 때마다 신씨는 전투기 조종사에 대한 꿈을 떠올렸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 싫었다. 힘든 일상이지만 운동과 악기를 다루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나섰다. 그는 “여생도는 경쟁률이 높아 매 과정마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합격을 위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생도 유재윤(19)씨는 두 번의 도전 끝에 공사에 입학했다. 첫 해는 1차 시험에서 탈락했다. 언어와 외국어 성적은 합격권이었지만 수학 문제의 난도가 생각보다 높아 원하던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시험이 끝난 후 문제를 다시 풀어보니 평정심만 유지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이 많아 아쉬움은 더 커졌다.

 그는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공사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학교라고 생각했다. 유씨의 꿈은 조종사.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일반대학 진학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를 마치고 사관학교 1차 시험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1년도 기출문제집부터 풀어 나갔다. 하지만 기출문제로 준비를 하다보니 혼란스러운 점이 생겼다. 정답이 확실한 수학과 달리 언어와 외국어는 출판사마다 특정 문제에 대한 답이 조금씩 달랐다. 사관학교는 기출문제의 정답을 공개하지 않아 무시하고 넘어 가자니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런 문제일수록 난도가 높아 합·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는 출제원리 파악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답이 두 개라는 것에 고민하기 보다 내가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2012년 두 번의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공사 생도가 됐다. 하지만 입학 후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수학·물리·화학 과목이 교양필수로 지정됐는데 문과생이었던 그는 모든 개념들이 낮설었던 것이다. “최종 합격 후 입교까지 한 달 남짓 과학탐구 교재로 기초학습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한의대를 합격하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평소 동경하던 군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생도 정상윤(19)씨는 한의대까지 포기하고 입교한 사관학교 생활이 생각과 너무 달라 당황했다.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단체 생활에 후회가 찾아온 것이다. 일반적인 대학생처럼 자유롭게 생활하며 군사훈련만 받는 줄 았았다. 자유시간은 하루 3시간도 되지 않았다.

 정씨는 힘든 시간을 보내며 모든 것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관숙비행(훈련기를 체험하는 비행)을 하면서 자부심도 갖게 됐다. 제한적이지만 조종간을 잡고 훈련기를 조종하며 자기 선택에 확신을 가졌다. 정씨는 “공사를 졸업하면 대다수가 조종사의 길을 선택하지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사 교수를 비롯해 의사·변호사·약사같은 전문분야에 진출할 수도 있다.

 정씨는 “2차 신체검사에서 30% 정도가 고배를 마신다”며 “특히 눈과 관련해 탈락자가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공군사관학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