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허점 분석 '다윈의 블랙박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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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한토막. "『종의 기원』을 쓴 진화론자 찰스 다윈이 세포의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있었을까?" 어이없는 질문 같지만, 진화론의 옳고 그름을 판독하는 열쇠를 쥐고 있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다소 의외일 것이다.

다윈 시절 현미경은 장난감 수준이었고, 따라서 세포에 관한 관찰이 태부족했었으며 생화학적 지식 역시 전무했다.

이를테면 신간『다윈의 블랙박스』 46쪽 대목에 보면 다윈이론의 열렬한 추종자라는 헤켈이 세포를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세포란 마치 젤리와 다름없는 단순한 탄소 덩어리 정도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진화론의 바로 이 허술한 지점을 맹공략한다.

공략무기는 20세기 후반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생화학 분야의 최신 지식들.

이 분야 연구에서 대표성을 갖고 있는 저자 베히는 기본적으로 전문서이면서도 상당한 대중적 서술을 취하는 친절을 베푼다.

그럼에도 정독을 해야 따라갈 수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 유전공학의 성과가 밝혀낸, '다윈이 미처 몰랐던 블랙박스' 를 결정적으로 열어 보이며 진화론은 근거없다고 못박는다.

매우 논쟁적인 테마인 '진화론 대(對)창조론' 이라고 하는 오래된, 그래서 얼핏 진부해보이는 논쟁에서 뜻밖에도 창조론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있다.

문제는 이 책의 내용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논쟁이 아니라 이 시대의 핵심 자연과학의 성과를 등에 업은 생물학적 논쟁이라는 점인데, 결과적으로 진화론을 부정하게 되는 역설이 흥미롭다.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책에서 '창조론' 이라는 기독교 냄새가 물씬 나는 말은 단 한군데도 없다.

대신 생화학의 전문용어인 '지적(知的)설계(intelligent design)' 라는 말을 구사한다.

1991년 이후 등장한 최신 생화학 분야 용어인 이 용어 자체가『다윈의 블랙박스』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다소 거칠게 정리하자면, 세포를 포함한 미시세계에서 이뤄지는 생명현상은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 따라서 이런 것은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 이며 이런 시스템은 처음부터 정교한 지적 디자인 작업의 결과일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적 설계' 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언급을 저자가 피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매우 정교하게 서술돼서 복잡한 분자식과 세포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 있지만, 복잡한 대목을 성큼성큼 넘어가도 읽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조우석 기자 (wow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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