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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로 간 그들은 ‘블루골드’ 전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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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인 8명 등 승객·승무원 14명이 탄 헬기가 7일(현지시간) 페루 남부 쿠스코 인근 고산 밀림지대에서 실종됐다. 페루 경찰이 실종 추정 지역에 안개가 끼고 진눈깨비마저 내리는 등 기상이 악화되자 육로를 통한 수색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왜 그들은 머나먼 페루의 하늘을 날았을까.

 6일 오후 페루 남부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 중에 실종된 한국인 8명 얘기다. 그들은 페루 정부가 발주 예정인 1조8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 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 답사차 2일 출국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남동쪽으로 720㎞ 떨어진 지역에 추진 중인 이남바리(Inambari)강 수력발전사업은 페루 정부가 한국수자원공사에 건립을 제안한 프로젝트다. 발전양(4449Gwh)은 소양강댐의 7배 규모로 한국이 해외에 추진 중인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사업이다. 한국 컨소시엄이 공사를 따내면 삼성물산이 댐을 짓고, 수자원공사가 50년간 민자 발전소를 운영해 공사비를 받는 사업이었다.

 ‘물 산업’은 요즘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4828억 달러에 달한다. 반도체(2800억 달러) 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GWI는 세계 물 시장이 2025년 8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크고 전망이 밝다고 해서 물은 ‘블루골드’로 불린다. 그러나 세계 물 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지 않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규모는 지난해 14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페루에서 실종된 8명의 한국인은 해외 블루골드 시장 진출을 위해 뛰었던 산업전사였다.

 물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면서 서비스산업이다. 게다가 공공성이 높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혼자서 해외 대형 사업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정부·공공기관·연구소·민간기업 등 물 관련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해외 진출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대표적인 물 기업인 수자원공사의 김병달 팀장이 해외사업처에서 일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 팀장의 부인 정모씨는 8일 “너무 침통하고 슬프다”며 “지금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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