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원성진, 고통의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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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3국>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제6보(73~84)=패는 요물이다. 매우 복잡하고 위험천만이어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컴퓨터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패다. 컴퓨터가 패를 100% 해석하는 날은 곧 인간이 컴퓨터에 항서를 쓰는 날이 될 것이다. 흑▲의 은은한 호착에 원성진 9단이 고통을 느끼고 있다. 천야오예 9단이 73에 패를 쓰고 75로 따내자 고통이 깊어진다. 프로라면 누구나 ‘참고도1’ 백1로 이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공배를 잇고서 바둑을 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잇지 않으면 대마의 목숨이 위험하다. 이을 수도, 잇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원성진은 76을 선택했다. 굴욕을 피해 대마에 도움을 주는 수. 그러나 천야오예는 즉각 77로 절단을 감행해 왔다. 성격이 온건해서 설마 했으나 이 대목은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천지대패다. 그러나 흑에겐 79라는 절호의 팻감이 있다. 천야오예도 이 수를 믿었다. 백은 팻감이 없다. 할 수 없이 82로 잇는다. 그러나 이번엔 83의 단수가 아프다. 아직 피를 흘린 것은 아니지만 패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83으로 ‘참고도2’ 흑1은 안 된다. 78·81·84는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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